[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올해 들어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해외 출장이 잦아지고 있다.
지난 2월과 3월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양국 금융기관 간 파트너십 구축에 나선데 이어 오는 8일부터는 태국 등을 돌며 한국과의 협력 관계 강화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이들 국가는 중국을 제외하고 신흥국 가운데 해외투자 규모가 가장 크다. 또 국내 금융회사 현지 진출이 매우 활발한 곳이라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방문은 국내 금융인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금융회사 간 활발한 교류 만큼이나 금융당국의 파트너십을 공고히 해 보다 효율적인 협력 체제를 구축하자는 게 김 위원장의 복안이다.
김 위원장의 해외 나들이는 동남아 국가들의 '금융 노하우' 전수 요청에 따른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큰 파장' 없이 헤쳐나오면서 위기대응 시스템을 배우려는 수요로 한국 금융의 위상이 올라간 게 사실이다. 여기에는 삼성ㆍLG 등 국내 굴지 대기업의 활약상과 한류 바람도 무시 못 할 변수로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최근 홍콩에서 아ㆍ태 글로벌 금융회사 고위임원들과 만난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한국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성과, 저축은행 사태 파장 등 구체적인 부문에 대한 관심도가 엄청 났다"며 "상당수가 아ㆍ태지역 신흥국 금융네트워크 구축 중심지 역할을 한국이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난달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ASEN+3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연석회의'에서도 확인됐다.
아ㆍ태지역 역내 금융안전망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체제(CMIM)의 지원 체계를 수정해 위기 신호가 떨어진 국가에 대해서도 기금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우리 측 주장이 반영, 도입된 것이다.
하지만 높아진 위상을 즐기는 데만 그쳐서는 곤란하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남유럽 재정위기 여파를 조기에 수습하는 데 중점을 두는 한국 정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면서도 "하지만 아ㆍ태지역 국가들의 금융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다양한 의제를 만들어야하는 숙제를 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중국과 일본이 달러 및 유로화의 기축통화 역할을 견제하기 위해 이달부터 위안화와 엔화 직거래를 시작한 것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이 아ㆍ태지역 신흥국가와 함께 역내 채권거래 안전망을 강화방안 등 상생을 겨냥한 자생력 키우기 작업을 주도해야할 시점이라고 본다.
전 세계적인 금융규제 강화 흐름이 아시아 금융시스템에 적합한 지를 근본적으로 검토하고, 기후변화ㆍ노령화가 금융시장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 아시아 주요 국가들이 역내 금융 현안을 의제로 삼을 수 있는 창구가 많이 마련되어야 하는 이유다.
조태진 기자 tjjo@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