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문제·도산 위험에 쉬쉬
값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떠났던 우리나라 기업이 속속 본국으로 복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선 중국이 새롭게 노동법을 개정하는 등 외국인투자 기업에 대한 현지 혜택이 줄면서 경영 환경이 척박해진 탓이다.
여기에 유럽연합(EU)ㆍ미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이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는 U턴 기업에 주는 혜택을 늘리며 일자리 창출을 위해 뛰고 있다.
세제·입지·인력 지원 확대
자발적 희망기업 매년 늘어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미국 회사 엘레멘트 일렉트로닉스는 지난 수년 동안 중국에서 평판TV를 만들었다. 하지만 최근 수요 증가에 대응해 디트로이트 인근에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은 중국 대신 켄터키의 루이지빌에서 전기온수기를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해외로 나갔던 공장이 미국으로 돌아온 사례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50년대 이래 계속 낮아지다가 2009년 11%로 바닥을 치고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미국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 통계에 따르면 지난 1953년 28.3%로 정점을 찍고 줄곧 하락하던 미국 GDP 중 제조업 비중은 2010년 11.7%에 이어 지난해 12.2%로 확대됐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이에 대해 "세금 감면을 포함한 정부의 보조금과 노조의 양보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에서도 해외로 나갔던 기업을 불러오는데, 한국이 못할 이유가 없다. 정부가 해외에서 국내로 복귀하는, 이른바 'U턴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원 대상도 확대한다.
정부는 우선 U턴 기업을 재정의했다. U턴 기업은 해외에서 2년 이상 현지 생산 시설을 운영하던 기업 중 ▲국내 생산 시설이 없다가 국내에 생산 시설을 신설하는 기업 ▲국내 생산 시설이 있으며 현지 생산 시설을 매각 또는 이전하거나 현지 생산량을 감축하고 국내에 신ㆍ증설하는 기업으로 재정의됐다.
U턴 기업이 복귀를 망설이는 세제ㆍ입지ㆍ인력 제약 문제를 보완해 수도권 이외 지역에 복귀하는 기업부터 연내에 혜택을 주기 시작하기로 했다. 조세제한특례법상 법인ㆍ소득세 감면 대상을 확대하고 현지 생산 시설 폐쇄ㆍ양도까지 유예 기간을 기존 2년에서 3~4년으로 연장할 예정이다.
또 신규 경제자유구역(황해ㆍ새만금) 내 U턴 기업 전용 용지를 지정하고 전용 산단 입주에 우선권을 부여한다. 또 국내 투자 기간에 신규 고용 시 1인당 월 60만원 이하(최장 6개월) 교육 훈련 보조금을 지원하고 내국인 고용 인원의 10~20% 이내에서 현지 생산 관리 인력에 대해 비자를 발급해주기로 했다.
마침 U턴을 원하는 기업이 많아졌다. 지난 1월 코트라와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 결과를 보면 해외 진출 240개사 중 약 13%인 30개사가 U턴 의향을 나타냈다.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주요 교역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서 관세 혜택이 풍성해진 데다 제조 공장이 몰려 간 중국 등 해외 현지 경영 환경이 예전만 못 하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액세서리와 의류, 신발, 전자 부품 등을 생산하는 기업에서 '국내에서 생산해볼까?'라는 수요가 눈에 띄게 늘었다"면서 "저렴한 인건비로 중국과 제3국에 공장을 세웠던 기업이 대다수로, 정부 지원 방향을 수요에 맞춰 대폭 수정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와 기업이 함께 우려하는 점은 사전에 U턴 기업의 정보가 현지 국가에 알려지는 문제다. 양국과 외교적인 사안으로 번질 수 있어서다. 현지에서 공장을 일시에 청산하지 않고 생산량을 차츰 줄이면서 복귀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U턴 희망 기업이 최대한 안전하게, 경영상 무리가 없도록 복귀할 수 있게 정부가 도와야 한다"면서 "하지만 외교적으로 (상대국에) 요청을 할 뿐이지 미리 알려지면 청산 절차를 밟기도 전에 도산할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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