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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털고 군기 잡고…정권 교체기 "재벌 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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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에서 두들겨 맞는 대기업.. 대체 지금 왜?
임기말마다 악순환…기업들은 손놓고 눈치보기


[아시아경제 박민규ㆍ오현길ㆍ이창환ㆍ임선태 기자] 재계가 또다시 정권 말기 외풍에 시달리고 있다.

정권 교체기마다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글로벌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과 맞물리면서 국제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권 말기만 되면 주요 기업이 외풍에 시달리는 데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새로운 정권으로의 교체를 앞두고 기존 정권과의 고리를 끊으려는 데서 비롯된다는 것이 첫 번째 시각이다. 새 정권이 들어서면 어김없이 이들 기업에는 이른바 실세들이 둥지를 틀고 정부와 코드 맞추기에 나선다.


두 번째는 정권이 일부러 중죄를 범한 측근을 임기 내 사법처리함으로써 면죄부를 준다는 것이다. 이런 악순환은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된다.


'내 사람 심기'나 '군기 잡기'를 통해 해당 기업을 좌지우지하겠다는 생각을 정권이 갖는 한 이 같은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주인 없는 기업 설움=대표적인 곳이 한때 공기업이었다가 지금은 민영화돼 '주인 없는 기업'인 포스코다. 포스코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파이시티(양재동 복합물류단지) 인허가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 조사가 진행되면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정준양 포스코 회장 선임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번 인사 개입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정권 실세 비리의 결정판이나 다름없다. 글로벌 기업인 포스코의 CEO를 정권 실세 몇 명이 작당해 앉히고 휘둘렀다는 자체가 국제적 망신거리다.


포스코처럼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된 KT도 정권 실세 비리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다. 현 정권의 민간인 불법사찰 자료를 폐기하는 과정에서 KT가 제공한 차명전화(대포폰)가 쓰였다는 사실이 최근 검찰 측에서 흘러나온 것이다.


업계는 해당 내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민영화된 공기업의 현주소를 알려주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KT는 검찰의 칼끝이 이석채 회장에게 향할 것을 우려하며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엄연히 주주가 존재하는 한 민영 기업을 상대로 청와대가 이런 지시(대포폰 개통)를 할 수 있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며 "민영화된 공기업의 한계를 알려주는 현주소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일단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 아니겠느냐"며 "현재로서는 어떤 답변도 공식적으로 꺼내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더 우려스러운 건 이번 일을 빌미로 부정적 여론 등이 이 회장을 타깃으로 삼지 않을까 하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의 전임인 남중수 전 KT 사장도 지난 정권 말기인 2008년 인사 청탁 및 납품업체 선정과 관련해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남 전 사장은 2010년 대법원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1억3500만원,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 받았다.


◇국세청, 대기업 상대 강도높은 세무조사=국세청은 최근 현대자동차·LG전자·포스코 등 국내 20여개 대기업에 해외 자회사 지급보증 수수료와 관련해 거액의 세금을 매겼다.


앞서 지난 3월에는 삼성전자를 상대로 약 7개월 동안 실시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마치고 사상 최대 수준인 4700억원 규모의 추징금을 통보하기도 했다.


세무당국은 이번 세무조사가 4~5년마다 한 번씩 실시하는 정기 조사라고 밝혔지만 재계는 예전에 비해 세진 강도와 높아진 추징금 때문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대선을 반년 앞둔 시점에서 강도 높은 세무조사는 정부의 경고성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국세청이 삼성전자 외에도 지난달 말 잇달아 LG전자·기아차·삼성엔지니어링·SK건설 등 국내 4대 그룹의 핵심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선 것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국세청은 이들 대기업이 본사와 해외법인 간 거래에서 부당하게 싼 지급보증 수수료 등을 적용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은 이에 반발해 조세불복 심판을 청구할 방침이다.


◇대기업 총수들, 재판 앞두고 좌불안석=최근 총수들이 재판을 받고 있는 대기업의 경우 긴장감이 극도로 높아진 상황이다. 정권 말기 유독 대기업을 겨냥한 사정당국의 칼날이 날카로운 탓이다.


지난 2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징역 4년6월에 벌금 20억원을, 어머니인 이선애 전 상무는 징역 4년에 벌금 20억원을 각각 선고 받았다. 현재 이에 대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SK그룹 계열사 자금을 유용해 사적인 투자를 한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SK그룹 부회장에 대한 공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투자사인 베넥스인베스트먼트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시작된 이번 SK그룹 비자금 수사는 지난해 12월29일 최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그룹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기도 했다. 최 부회장의 구속 만기일은 오는 7월20일로 그 전에 1심 판결이 나올 전망이다.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한 공판도 14일부터 다시 시작된다. 1년째 계속되고 있는 심리공판에 이어 담당 부장판사의 인사로 2월 김 회장의 선고 공판이 연기됐다.




박민규 기자 yushin@
오현길 기자 ohk0414@
이창환 기자 goldfish@
임선태 기자 neojwalke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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