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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안철수 '제3의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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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안철수 '제3의 길'은 없다 백우진 부국장 겸 정치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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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여당을 비판하는데, 야당 편도 아니다. 정치를 하는 것도, 안 하는 것도 아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이런 모호한 태도를 두고 여러 관측이 나온다. 그중 하나는 대권 도전의 정치적인 효과를 극대로 할 시기를 저울질한다고 내다본다. 안 원장이 민주통합당의 대선 후보 경선 레이스에 막판에 올라탐으로써 세를 키우는 포석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내 생각은 다르다. 안 원장의 이도 저도 아닌 태도는 정치적인 셈의 결과가 아니다.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제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가족문제는 보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고, 교육문제는 진보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고, 북한 문제는 보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 사람은 진보인가 보수인가? 대부분의 사람이 이러할 텐데 구분이 어렵다… 굳이 나누어야 한다면 보수와 진보가 아닌 상식과 비상식으로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누군가 물어보면 '저는 상식파인데요'라고 말하려고 한다."(지난해 8월 창원 청춘콘서트)


"저는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좌우 논리에 완전히 빠져 있는 사람이 아니다보니 진보진영부터 건강한 보수까지 굉장히 스펙트럼이 넓다."(지난해 9월 오마이뉴스 인터뷰)

"제가 안보는 보수고, 경제는 진보인데 그럼 제가 보수입니까, 진보입니까?"(지난해 9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전한 안 원장의 말)


"정치에 참여하게 된다면 어떤 특정한 진영 논리에 기대지 않을 것이다."(3월 하순 서울대 강연)


실제로 안 원장은 기존 정치진영에 가담하지 않고 자신의 노선을 걷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4ㆍ11 총선에서 고(故)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부인 인재근 후보와 '촛불 변호사' 송호창 후보 등 민주당 후보에게 지지 메시지를 보냈다. 또 3월 MBC 노조와의 인터뷰에서 "방송은 공공재이기 때문에 정권에 따라 경영진이 바뀌고 보도방침이 바뀌는 건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며 파업을 지지했다.


반면 안 원장은 탈북자 북송 문제에서는 민주당보다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는 탈북자 북송 반대 집회에 참석해 "인권 문제, 사회적 약자 보호 문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다. 안 원장은 한 발짝도 더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소득분배,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교육과 입시, 고령화와 복지, 미국ㆍ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남북관계 등 많은 사안에서 구체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이는 안 원장이 이면에서 정치공학적 계산을 하기 때문이 아니다. 안 원장은 장고에 장고를 거듭했지만 자신의 좋은 이미지에 걸맞은 정견(政見)의 조합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어느 한 진영에 속하지 않은 채 상식으로 판단해 두 진영의 한계를 넘어서는 정견을 제시하는 일은 누구에게도 결코 만만하지 않다. 바로 이게 그가 출마 선언을 망설이는 까닭이다.


'안 원장이 제3의 길을 모색하지만 아직 찾지 못했다'는 건 물론 내 추측이다. 내 추측이 억측이라면 안 원장은 이른 시일 내에 자신의 정견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기 바란다. 일각에서는 이 칼럼처럼 그에게 전면에 나오라고 촉구하는 데 대해 "일찍 끌어내 피투성이를 만들어 질질 끌고 다니려 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는 자리'를 맡을지 모르는 사람에게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묻는 건 상식이다. 좋은 이미지에 힘입어 중요한 자리에 앉은 인물이 이렇다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임기를 채운 사례가 우리에겐 이미 충분하다.


안 원장의 부친 안영모씨는 최근 "아들은 죽으면 이름을 남기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고 전했다. 안 원장은 '안철수연구소'와 '안철수재단'에 이름을 남겼다. 그가 한국 정치에 남길 이름은 과연 어떤 이름일까?






백우진 기자 cobalt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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