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데스크칼럼] 안철수 '제3의 길'은 없다

시계아이콘01분 42초 소요

[데스크칼럼] 안철수 '제3의 길'은 없다 백우진 부국장 겸 정치경제부장
AD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여당을 비판하는데, 야당 편도 아니다. 정치를 하는 것도, 안 하는 것도 아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이런 모호한 태도를 두고 여러 관측이 나온다. 그중 하나는 대권 도전의 정치적인 효과를 극대로 할 시기를 저울질한다고 내다본다. 안 원장이 민주통합당의 대선 후보 경선 레이스에 막판에 올라탐으로써 세를 키우는 포석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내 생각은 다르다. 안 원장의 이도 저도 아닌 태도는 정치적인 셈의 결과가 아니다.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제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가족문제는 보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고, 교육문제는 진보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고, 북한 문제는 보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 사람은 진보인가 보수인가? 대부분의 사람이 이러할 텐데 구분이 어렵다… 굳이 나누어야 한다면 보수와 진보가 아닌 상식과 비상식으로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누군가 물어보면 '저는 상식파인데요'라고 말하려고 한다."(지난해 8월 창원 청춘콘서트)


"저는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좌우 논리에 완전히 빠져 있는 사람이 아니다보니 진보진영부터 건강한 보수까지 굉장히 스펙트럼이 넓다."(지난해 9월 오마이뉴스 인터뷰)

"제가 안보는 보수고, 경제는 진보인데 그럼 제가 보수입니까, 진보입니까?"(지난해 9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전한 안 원장의 말)


"정치에 참여하게 된다면 어떤 특정한 진영 논리에 기대지 않을 것이다."(3월 하순 서울대 강연)


실제로 안 원장은 기존 정치진영에 가담하지 않고 자신의 노선을 걷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4ㆍ11 총선에서 고(故)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부인 인재근 후보와 '촛불 변호사' 송호창 후보 등 민주당 후보에게 지지 메시지를 보냈다. 또 3월 MBC 노조와의 인터뷰에서 "방송은 공공재이기 때문에 정권에 따라 경영진이 바뀌고 보도방침이 바뀌는 건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며 파업을 지지했다.


반면 안 원장은 탈북자 북송 문제에서는 민주당보다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는 탈북자 북송 반대 집회에 참석해 "인권 문제, 사회적 약자 보호 문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다. 안 원장은 한 발짝도 더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소득분배,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교육과 입시, 고령화와 복지, 미국ㆍ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남북관계 등 많은 사안에서 구체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이는 안 원장이 이면에서 정치공학적 계산을 하기 때문이 아니다. 안 원장은 장고에 장고를 거듭했지만 자신의 좋은 이미지에 걸맞은 정견(政見)의 조합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어느 한 진영에 속하지 않은 채 상식으로 판단해 두 진영의 한계를 넘어서는 정견을 제시하는 일은 누구에게도 결코 만만하지 않다. 바로 이게 그가 출마 선언을 망설이는 까닭이다.


'안 원장이 제3의 길을 모색하지만 아직 찾지 못했다'는 건 물론 내 추측이다. 내 추측이 억측이라면 안 원장은 이른 시일 내에 자신의 정견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기 바란다. 일각에서는 이 칼럼처럼 그에게 전면에 나오라고 촉구하는 데 대해 "일찍 끌어내 피투성이를 만들어 질질 끌고 다니려 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는 자리'를 맡을지 모르는 사람에게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묻는 건 상식이다. 좋은 이미지에 힘입어 중요한 자리에 앉은 인물이 이렇다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임기를 채운 사례가 우리에겐 이미 충분하다.


안 원장의 부친 안영모씨는 최근 "아들은 죽으면 이름을 남기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고 전했다. 안 원장은 '안철수연구소'와 '안철수재단'에 이름을 남겼다. 그가 한국 정치에 남길 이름은 과연 어떤 이름일까?






백우진 기자 cobalt100@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