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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저축은행 정책실패 책임도 물어야

시계아이콘읽는 시간49초

금융당국이 어제 4개 저축은행에 영업정지 및 경영개선 명령을 내린 것을 계기로 저축은행 업계의 부실 경영과 도덕적 해이의 실태가 또다시 드러났다. 조치 대상 4개사 가운데 솔로몬저축은행과 미래저축은행이 지난해 막대한 적자를 내는 상태에서도 수익 전망이 불투명한 종합편성채널에 각각 10억여원과 60억여원을 투자한 것은 부실 경영의 상징적 사례다. 미래저축은행의 소유경영자인 김찬경 회장이 회사 돈 200억원을 인출한 뒤 중국으로 밀항을 시도하다가 붙잡힌 것은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여 준다. 이렇게 자금운용을 허투루 하고 회사 돈을 마음대로 빼돌릴 수 있으니 저축은행이 온전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저축은행 업계만 탓할 수 없다. 저축은행의 집단적 부실화를 초래한 근본 원인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2001년 상호신용금고를 상호저축은행으로 개명한 것을 시작으로 저축은행의 부실화를 촉진하는 정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2005년에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 8% 이상, 고정이하 여신 비율 8% 이하인 저축은행(8ㆍ8클럽)에 대해 동일인 여신한도 규제를 폐지해 주었다.


이것이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급증하게 만들었다. 이어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부동산 PF 사업이 엉망이 돼 버리자 2008년부터는 저축은행끼리의 인수합병(M&A) 허용 등으로 덩치 키우기를 조장했다. 이에 더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부실 PF 채권의 일부를 매입해 주는 방식으로 시장 기능에 의한 부실의 제거를 지연시키기도 했다.


2001년 이후 10년간 이어진 정책실패가 저축은행 사태를 부른 것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지난해 초부터 영업정지 칼날을 휘두르기 시작한 것은 늦어도 한참 늦은 뒷북 치기에 불과하다. 2005년 이후 부동산 PF 대출이 저축은행의 재무 상태를 급격히 악화시키는 현상에 대해 감사원도 일찌감치 문제점으로 지적한 바 있지만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저축은행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은 금융당국의 제재 조치와 사법당국의 처벌을 통해 응징될 것이다.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정부 스스로든 국회에서든 정책실패에 대한 책임도 반드시 함께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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