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국제원두의 가격이 오르는 등 원가 압박 요인이 있지만 당분간 스타벅스 커피의 가격 인상은 없다."
이석구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대표는 지난해 7월 스타벅스 이대점 개점 12주년 행사에서 가격 인상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그리고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7일, 주요 커피제품인 아메리카노ㆍ카페라떼ㆍ카라멜 마끼아또 등의 가격을 300원씩 올렸다. '당분간'의 유효기간은 10개월에 불과했던 셈이다.
스타벅스는 가격 인상의 요인으로 지난해 가파르게 상승한 우유ㆍ원두값과 인건비ㆍ임대료 등의 각종 직간접 운영비를 들었다. 그러나 국제 원두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경쟁 업체 관계자는 "원료값이 올랐다고는 해도 사실 300원씩 올릴 만큼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사실 스타벅스가 동종업계마저 어리둥절할 정도의 폭으로 가격을 올린 이유는 따로 있다.
국내에 커피전문점은 지난 한 해에만 5000여가 새로 생겼다. 2010년 8000여개였던 것이 2011년 말 1만2400여개로 늘어 사상 처음으로 1만개를 돌파했다. '한 집 걸러 커피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같은 무리한 확장으로 커피전문점들의 수익성이 악화됐다. 업계에서는 국내 커피전문점들의 올 1분기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20%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가격을 올린 것이다.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소비자다. 한정된 수요에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거나, 수익을 유지하려다보니 고스란히 비용 부담은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스타벅스가 이번에 가격을 300원씩 인상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외국계 기업으로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스타벅스가 이 모양인데, 다른 기업들은 굳이 들먹일 필요도 없다.
제품 가격을 올리는 것 외에 신메뉴를 출시할 때 단가가 비싼 메뉴를 내놓아 소비자들의 부담을 늘리는 것이 이들이 주로 써 먹는 수법이다.
새로 출시한 여름 음료들의 가격이 대부분 5000원이 넘는다. 여름 시즌 음료는 재료가 많이 들기 때문이란다.
가격이 올라간 5월, 봄이지만 날씨는 여름이다. 1만여개 커피전문점들의 홀쭉해진 금고는 올해 기나긴 여름을 나면서 소비자들 주머니로 빵빵하게 채워지겠다. 대신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비어 있겠지만…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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