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한 LG그룹주, 날개없는 추락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LG그룹주들이 날개없는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5월초까지만 해도 100조원이 넘던 시가총액은 어느새 60조원대로 떨어졌다. '전차(電車)'라는 이름으로 IT와 자동차만 가는 장에서 주력인 LG화학의 약세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IT 계열사들도 경쟁사들은 약진하는데 홀로 소외받고 잇는 실정이다. 이 사이 대장주 삼성전자는 이 사이 200조원대 기업으로 올라서며 간격을 더욱 벌렸다. 요즘은 현대차 한 기업에도 그룹 전체 시총이 뒤질 위기에 처했다.
3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LG그룹 시총은 지난달 26일 69조8627억원을 기록하며 지난 1월 6일 이후 처음으로 60조원대로 떨어졌다. 이후 27일과 30일 이틀 연속으로 그룹의 주력회사인 LG화학과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 등이 급락함에 따라 LG그룹 시총은 67조원대로 밀렸다.
특히 그룹사 중 시총 규모가 가장 큰 LG화학은 지난달 27일 2.45%에 이어 30일 4.53%나 급락, 전체 시총 순위가 9위까지 밀렸다. 최근까지 5~7위권을 유지하던 LG화학은 최근 급락세로 삼성생명, SK하이닉스에까지 밀리며 체면을 구겼다. 지난해 4월 58만3000원까지 갔던 주가는 1년만에 28만4500원까지 떨어졌다.
LG화학이 한창 기세를 올리던 2010년 7월 주식을 매입했다는 한 투자자는 "더 간다고 해 아직도 보유 중인데 어느새 '따블'이 됐던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왔다"며 "장기투자로 생각해 주식을 사긴 했지만 단기간 배로 올랐다 다시 반토막이 나는 주가를 보니 현기증이 난다"고 토로했다.
LG화학은 지난달에만 23.11% 하락했다. 월간 기준 하락률은 2001년 상장 이후 최대 낙폭이다. 지난해 8월 급락장에서도 월간 하락률은 19%대였다. 지난달은 당시와 같은 폭락장도 아니었다. 외국인 등 큰 손 투자자들이 IT와 자동차쪽에만 몰리면서 업황개선이 가시화되지 않는 화학 등 다른 업종들의 소외현상이 심화된 결과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전자계열사들의 상황은 더 우울하다. 삼성전자가 140만원을 돌파하는 등 IT주들의 질주가 계속되는 가운데 LG그룹주들만 계속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15일 9만4300원까지 올랐던 LG전자는 지난달 말 7만200원까지 떨어졌다. 단순 주가로 비교하면 삼성전자의 1/20 수준이다. 시총도 11조원대로 떨어져 역시 200조원이 넘는 삼성전자와 비교되지 않는다. IT 2위 업체란 말이 무안할 정도다.
한때 화학, 전자와 함께 코스피 시총 상위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던 LG디스플레이도 비슷한 처지다. 1년전까지 4만원대를 오가던 주가는 어느새 2만4900원이다. 시총 순위는 9조원이 무너지면서 27위까지 떨어졌다. 계열사인 LG생활건강 바로 밑이다.
지주회사인 LG도 주력 계열사들의 부진에 동반으로 찬밥 신세다. LG는 지난달 30일 2.70% 떨어지면서 시총 10조원대가 무너졌다. 순위는 어느새 22위까지 밀렸다. 1년전 10만원을 오르내리던 주가는 5만7600원까지 떨어지며 4월을 마감했다.
문제는 이같은 주력계열사들이 회복할 만한 뚜렷한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턴어라운드' 기대감과 저평가를 얘기하지만 당장 수급이 받쳐주지 않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한달간 공매도 1위 기업이다. 그것도 2위와 배 이상 차이나는 압도적인 1위다. LG화학도 기관과 외국인이 앞다퉈 주식 수를 줄이고 있는 양상이다.
한 기관투자가는 "LG그룹주들이 많이 떨어져 가격메리트가 생겼다지만 아직 실적 턴어라운드가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다"며 "실적시즌을 맞아 장이 실적이 좋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아직 적자가 많은 LG그룹주들이 더 소외를 받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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