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머 마커스 롤랜드버거 IB담당 파트너
아시아 CIB시장 고속성장..2015년 유럽보다 커질 것
[아시아경제 정재우 기자] “한국 투자은행(IB)의 경우 능력이 없다면 아예 경쟁하려 나서지 않는게 좋습니다.”
유럽 최대 전략 컨설팅 회사 롤랜드버거의 버머 마커스 기업금융(IB) 담당 파트너는 26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IB를 목표로 하는 국내 증권업계에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마커스 파트너는 아시아 신흥국의 CIB시장이 고성장을 지속해 유럽을 넘어설 것이라고 확신했다.
또 전체 CIB 시장에서 이머징시장의 규모가 10년 후인 2022년이면 선진국 시장을 능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한국 투자금융업 상황을 고려할 때 독단적인 경쟁력 제고보다는 글로벌 IB들과의 협력이나 제휴를 통해 시장개척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롤랜드버거는 지난해 유럽 CIB시장의 매출액이 3000억유로(약 450조원)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했지만 2015년에는 아시아 신흥국의 CIB시장 매출액이 3500억유로로 3250억유로의 유럽을 능가할 것이란 예측을 내놓은 바 있다.
버머 파트너는 “이를 감안하면 아시아 신흥국 시장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UBS, 도이치 등 글로벌 IB들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그만큼 향후 아시아 시장에서 글로벌IB와 지역 IB들의 경쟁이 치열해 질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전체 CIB 시장에서 이머징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30%에서 2010년 35%로, 지난해에는 39%로 꾸준히 비중을 늘려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버머 파트너는 국내 IB들의 성장전략에 대한 질문에는 “능력이 없다면 아예 경쟁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면서 “글로벌 투자은행 등과 대등하게 경쟁할 경쟁력을 갖추기 전에는 합작사 설립이나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서 협업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인터뷰에 배석한 임완 롤랜드버거 한국지사장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감”이라면서 “우리나라 IB보다 훨씬 오랜 역사와 규모를 자랑하는 노무라증권도 리먼브러더스를 인수한 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삼성증권도 최근 몇 년간 홍콩법인을 통해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지만 지속적인 대규모 손실을 버티지 못하고 최근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버머 파트너는 아울러 “기업공개(IPO)에 관해서는 공동으로 작업하는 계약을 맺은 후, 국내 중소기업은 국내 증권사가 외국기업은 글로벌 IB가 담당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면서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신흥시장에서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IB들이 성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롤랜드버거는 맥킨지·보스턴컨설팅그룹과 함께 세계 3대 컨설팅그룹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유럽에 기반을 둔 컨설팅그룹 중에선 최고 규모다. 1967년 설립한 이래 현재 50여개 국에 2500여명의 컨설턴트를 두고 있으며 지난해 우리나라에도 지사를 설립했다.
버머 파트너는 맥킨지에서 15년간 기업금융, 투자금융 등을 담당하다 지난해 말부터 롤랜드버거로 적을 옮겼다.
정재우 기자 j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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