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전국 민간어린이집이 오는 6월초 전면 휴원을 예고했다. 국공립어린이집에 비해 민간 또는 가정 어린이집에 지원되는 보육료는 적은 반면, 규제가 과도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복지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기본보육료' 지원요건이 충족되지 않을시, 보육료 지원 중단이나 환수조치, 시설자격정지 등 행정처분은 부당한 권리침해라고 이들은 주장하고 있다.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는 24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계동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과도한 행정규제 철폐 ▲운영자율권 보장 ▲구간결제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이날 부산지역 민간어린이집 원장 300여명이 참여했고, 이어 울산, 강원 지역 시설원장들이 릴레이 집회 형식으로 시위가 이어질 계획이다.
연합회는 전국의 민간 또는 가정 어린이집이 회원으로 구성돼 있다. 민간시설과 가정시설로 나누는 기준은 영유아 어린이 수로 21명 이상은 민간, 20명 이하는 가정으로 구분된다. 전국 3만8000여곳 어린이집 중 민간과 가정 시설은 각각 1만5000개, 2만개 수준으로, 시설수로 따지면 90% 이상 차지한다.
장진환 연합회 정책위원장은 "민간과 가정 어린이집 시설 보육지원 개선을 요구하며 장외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면서 "지난 2월 27일과 28일 부분휴원에 이어 오는 5월28일부터 재차 부분휴원을 일주일간 진행하고, 그 다음 주인 6월 4일부터는 전면휴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부분휴원에 들어가게 되면 당직교사가 배치되지만, 전면휴원은 당직교사조차 없이 운영자체가 일시적으로 중단된다.
장진환 위원장은 "인건비가 보장되는 국공립 또는 법인 어린이집에 비해 보육지원은 턱없이 적은데, 민간어린이집에 회계장부 숫자가 4000원 차이난다고 해서 심지어 운영정지, 원장자격 중단조치를 하는 것은 부당한 행정처분이며 월권"이라고 주장했다.
연합회에 따르면 국공립과 민간에 각각 지원되는 인건비와 기본보육료는 교사 1명당 0세~2세 아동별로 34만~62만원까지 차이가 난다. 국공립에는 교사 인건비 80%가, 민간에는 각 연령별 기본보육료에 정원을 곱한 금액이 지원되고 있다. 특히 교사 1명당 정원 아동비율이 각각 3명, 5명, 7명인데, 정원미달일 경우 민간어린이집에만 보육료 지원 지급중단 등 행정처분이 적용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24년을 민간어린이집 원장으로 일해온 부산 S어린이집 원장 곽 모(여 50)씨는 "개인이 사적으로 적게는 1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까지 자금을 투입해 시설을 운영하는 원장들에게 이 같은 처사는 영아보육료 수령권에 대한 월권적인 권리침해"라면서 "그동안 학부모와 시설에서 보육을 담당하던 것이 이제는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나서 다행스럽지만, 정부의 미흡한 보육제도는 수많은 민간어린이집 운영에 차질을 가져다주고 있다"고 호소했다.
곽 씨는 "아이들 결석일수가 많으면 지원금도 삭감되는데, 국공립도 같은 규제를 받고 있긴 하지만 지원은 적고 규제내용은 같은 것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영유아 보육을 주관하는 보건복지부는 출석일수별로 보육료 지원규모를 다르게 책정하는 '구간결제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한 달 중 11일 이상 출석해야만 100%, 6~10일 출석은 50%, 1~5일은 25%만 지원된다.
부산 D어린이집 원장 역시 "일부 민간어린이집 비리나 횡령 문제를 전체로 바라보고, 원장들의 운영자율권을 빼앗는 처사는 큰 문제"라면서 "보육교사 인건비나 시간외 수당 등 국공립에 비해 훨씬 열악한 상황인 민간시설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책이 급선무"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조남권 보건복지부 보육정책관은 "시설에 대한 보육료 지원은 국민세금이기 때문에 기준 미 충족시 행정처분은 엄격해야한다"면서 "다만 민간시설들에 대해 운영자율권을 어떻게 보장해야할지는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 정책관은 "민간어린이집의 보육수준을 높이기 위해 '공공형 어린이집'이라고 해서 민간어린이집 중에 평가가 높은 곳을 대상으로 지정해, 아동 수 50인 기준 월 440만원이 추가 지원되고 있는데, 이러한 제도들을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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