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월가 은행가들의 이마에 흐르던 긴장의 땀방울이 상당히 식었을 것이다"
컨설팅업체 연방재무분석의 캐런 쇼 페트로는 19일(현지사간) 월가 은행의 자기자본 투자 금지를 위한 '볼커룰' 적용을 2년간 연기 한다는 미국 금융 당국의 발표를 접하고 이같이 말했다. 그만큼 볼커룰에 대한 월가의 공포가 얼마나 컸는지를 설명해주는 말이다.
이날 로이터 등 해외 언론들은 연방준비제도(연준)를 비롯한 5개 美 금융 당국이 오는 7월 21일 부터 시행될 예정이던 볼커룰 적용 시점을 2014년 7월21일 이후로 연장했다고 보도했다. 성명은 또 연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적응 기간을 2014년 7월 21일 이후로 연장할 수 있는 권한도 갖는다고 밝혔다.
볼커룰은 오바마 정부가 금융회사의 위험투자를 제한함과 동시에 대형화를 억제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다. '도드-프랭크' 금융개혁법안의 핵심이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금융기관 시스템의 반복적인 부실과 이로 인한 금융시스템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감독강화 방안이지만 업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자기자본을 투자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며 성장해온 것이 최근 투자은행들의 성장이유였던 탓이다. 이 과정에서 채권과 주식 금은 물론 원유, 구리 등 원자재와 파생상품 등의 가격이 요동치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월가의 요청에 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등 월가 최고경영자(CEO)들은 규제당국에 면제조항의 확대를 요구하는 등 볼커룰에 대한 불만을 계속 내비쳐왔다. 제임스 고먼 모건 스탠리 CEO는 이날 성명 발표 직전까지도 "볼커룰은 너무 복잡해서 현실화되기 어렵다. 단순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볼커룰의 초안이 발표된 이후에도 논란은 진행형이었다. 접수된 수정 제안은 무려 17000건에 이른다. 그만큼 법안의 내용이 모호한 부분이 많다는 반증이다. 규제강화론자들은 더욱 강력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이번 연기 조치에 대해 연방준비제도측은 은행이 관련 이행 계획과 비즈니스에서 '선의를 보인다는 조건'이라는 점을 강조해 월가가 어떤 선의를 내보일 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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