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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착한기업에 숨겨진 함정

시계아이콘01분 11초 소요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착한 가격', '착한 제품', '착한 기업'… 요즘 유행하는 마케팅이다.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상냥하다는 뜻의 '착하다'란 단어가 가격, 제품, 기업 등과 만나면서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실제 제품, 기업에 대한 복잡한 설명 보다 '착하다'는 의미 하나로만으로 모든 것이 통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러나 '착하다'는 단어가 모두에게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착한 아이 증후군' 이 그런 경우다. 지나치게 주위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친 아이들에게 종종 나타나는 증세로, 누구에게나 착해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병적인 증상으로 이어진 결과다.

산업 생태계 내에서도 최근 들어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대기업이 늘고 있다. 다름 아닌 '착한 기업 스트레스'다. 총선, 대선 등의 빅 이슈가 있는 선거해를 맞아 중소기업 및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요구하는 사회적 압박이 거세지면서 대기업들의 '착한기업 스트레스'는 점점 커지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 등에서 대기업이 대자본을 무기로 빵집, 수퍼마켓 등 소상공인 영역까지 파고들며 골목상권을 넘본다고 지적하면 관련 대기업은 바로 사업을 철수하겠다는 발표와 함께 중소기업과의 상생방안 마련에 바쁜 모습을 보인다. 정부나 정치권에서 아침에 관련 지적이 나오면 오후에 대응책을 발표할 정도로 발 빠른 대응을 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정부와 정치권이 동반성장이란 명목하에 경쟁적으로 '착한 기업' 요구안을 쏟아내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제도나 동반성장지수 평가, 중소기업 보호업종 정책 추진 등이 그렇다.


하지만 여기엔 함정이 있다. 동반성장을 위해 국내 대기업의 경쟁을 임의적으로 제한시킨 구조 속에서 되레 외국계 다국적 기업이 특혜를 보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이다.


실례로 동반위가 선정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품목은 국내 기업에만 해당하는 권고사항이다. 따라서 외국계 대기업은 이 분야에서 사업을 진행해도 제재할 길이 없다. 지난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재생타이어 분야만 보더라도 국내 타이어 회사가 생산량을 줄인 재생타이어 시장의 틈새를 중소기업이 아닌 브리지스톤, 미쉐린 등 외국 브랜드가 공략하고 있다. 재벌가 빵집 논란 후 생긴 틈새를 외국계 빵집이 공략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사례다.


이 같은 함정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정치권의 '착한기업' 요구사안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4ㆍ11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자마자 본격화 될 12월 대통령선거 전까지 연일 대기업에 압박 강도를 높일 태세다. 이런 식이라면 '착한 기업'이란 구호가 정상적인 경영활동까지 제한하는 사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과하면 화를 부르기 마련이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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