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얼마 전 장애인 전용보험의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주도로 예정됐던 민·관 실무자 회의가 돌연 취소됐다. 보험사 관계자들이 뚜렷한 이유 없이 전원 불참한 탓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장애인 전용상품 개발을 위한 가입자 기준 마련, 기존 상품 가입자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놓고 업계와 논의를 해왔지만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태"라며 "이날 모임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아 당혹스러웠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최근 자동차보험 인하, 일반보험료 인상폭 완화 등 보험료 책정에서는 '통 크게' 양보하고 있는 생ㆍ손보업체들이 유독 장애인에 대해서는 냉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부 대형사들이 현 정부들어 장애인 전용보험을 내놓았지만, 보장한도가 일반보험 상품에 비해 현저히 낮은데다 중증장애인들의 가입을 제한하는 등 문턱이 높아 유명무실한 상태다.
실제로 금융당국에 따르면 전국 등록 장애인 214만명 가운데 장애인 전용보험 가입자는 15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가입률이 한자리 수에 불과하다는 것인데 민간 의료보험의 장애인 가입률이 33% 정도나 되는 걸 감안하면 수긍하기 힘든 통계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업계 입장에서 장애인 전용보험은 손해율 부담이 큰 구조 탓에 활성화되기 어렵다"며 "보험사들이 홍보에 소극적이어서 해당 상품에 대해 제대로 아는 장애인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제도적인 지원이 먼저라고 주장한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장애인들이 일반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고치는 작업이 우선"이고 말한다. 또한 적정 보험료를 산출할 수 있는 요율체계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행법은 '15세 미만, 심신상실자 또는 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은 무효'라고 규정하고 있다. 업계는 이 조항이 폐지돼야 장애인들이 일반보험에 쉽게 가입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논점을 다소 벗어났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장애인의 민간보험 가입을 가로막는 '독소조항'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전용보험을 만든 것인 만큼 보험사들이 해당 상품의 활성화에 적극 나서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선거철 특수효과(?)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정부와 금융당국이 최근 장애인 권리 증진을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장애인의 보험가입을 제한하는 관련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놓은 상태다. 보험개발원도 장애인 보험가입 활성화를 위한 요율 체계 마련 작업에 착수했다.
정치계절을 맞아 장애인의 표를 겨냥한 포풀리즘이란 비난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이번에는 장애인의 보험가입을 제한하는 각종 규제가 대거 풀렸으면 하는 마음이다. 보험사들의 핑계거리가 제거돼야 장애인 보험가입이 활성화될테니 말이다.
조태진 기자 tj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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