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교권침해 사례 총 287건..전년도 260건에 비해 27건 증가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A씨는 학부모로부터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협박 전화를 받았다. 등교시간을 어기고 번번이 지각한 고3 학생에게 주의를 주고, 30분 일찍 등교를 하도록 시켰더니 그 학생의 학부모가 당장 항의하고 나선 것이다. 학부모 B씨는 교사 A씨에게 전화해 "30분 일찍 나가는 것 때문에 전날 술도 못 먹는다"며 "이 벌은 학생이 아니라 부모한테 주는 것"이라고 항의했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지난해 4월 교사 C씨가 학생에게 험담을 들었다. 교사 C씨는 학생 D군이 수업시간에 물통에 들어있는 물을 다른 학생에게 뿌려대는 것을 보고 이를 말렸다. 그러자 D군이 "미친XX, 연필로 찔러버리겠다"며 교사에게 험담을 퍼부었다. 교사 C씨가 교단 앞으로 나오라고 해도 "왜 나가냐"며 지시를 무시했다.
이같은 교권침해 사례가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 처리된 교권침해 사례는 총 287건으로 전년도 260건에 비해 27건 증가했다. 1991년 22건에 비해서는 12배, 2007년 204건에 비해서는 1.5배 늘었다.
접수된 유형을 보면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부당행위가 115건으로 전체 40%를 차지했다. 그 다음이 학교안전 사고 45건(15.7%), 학교폭력 등 피해 42건(14.6%), 신분피해 38건(13.2%), 교직원 갈등 31건(10.8%), 허위사실의 외부공표로 인한 명예훼손 16건(5.6%) 등이다.
학생·학부모에 의한 부당행위 총115건을 살펴보면 ▲학생지도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폭행·폭언 등의 피해 65건(56.52%) ▲경미한 체벌에 대한 담임교체 요구, 과도한 폭언 등 피해 29건(25.22%) ▲학교 운영과 관련한 학부모, 인근 주민의 부당한 요구로 인한 피해 21건(18.26%)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학생지도 등과 관련해 발생한 학생·학부모의 폭행·폭언의 경우 2010년 47건에서 65건으로 38.3% 늘었다.
명예훼손과 학교안전사고에 의한 교권침해는 2010년 대비 각각 33.33%, 32.35% 늘었다. 명예훼손에 의한 교권침해는 학교홈페이지나 인터넷 공간 등 불특정 다수에게 학생지도사항, 학교 및 학급운영사항 등을 학부모·학생의 주관적인 입장에서 공개하는 것이다. 학교안전사고로 인한 교권침해는 자녀의 사고이후 적정수준을 넘는 피해보상을 요구하거나 교사에게 과한 책임을 요구하는 경우로, 사실과 다른 내용을 인터넷에 게재하거나 부당한 민원을 제기해 신분피해로 이어지거나 심지어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도 있다.
신정기 한국교총 교권국장은 "소수 학생·학부모의 부당행위는 궁극적으로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되는 만큼 학생, 학부모는 학교생활 중에 발생한 사안에 대해 감정적 대응보다는 대화와 '학교교육분쟁조정위원회' 등 제도적 절차를 통해 문제를 해소하는 성숙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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