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스마트 기술에 세계가 주목
자동차는 부품으로 이뤄졌다. 하나하나의 조각이 퍼즐 맞춰지듯 상품이 되고 움직인다. 차는 그저 움직이는 기계가 아니다. 요즘 차는 생각하고 운전자에게 전달한다. 과학이 탑재됐고 스마트 기술이 적용됐다. 자동차부품회사 현대모비스가 주목받는 큰 이유다.
실현가능성을 두고 말하자. ‘졸음운전’으로 차선을 이탈하면 경고하는 메시지를 알려주고 운전자가 핸들에 손대지도 않아도 알아서 ‘자동 주차’를 해주는 시스템. 인공지능(AI) 기술이 탑재돼 주의 사물까지 판별하는 이런 능력을 가진 자동차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다. 그리고 실현됐다. 10년전 만 해도 먼 미래기술일 것이라 생각했던 자동차 AI기술은 이제 새로운 시대를 만났다. 이는 자동차회사 이야기가 아니다. 이 모든 기술을 실현하는 것은 바로 ‘부품’이다.
이제 자동차 부품은 단순한 조각이 아니다. 과학과 기술의 진화와 발전이 담겼다. 이런 부품 하나하나가 모여 자동차와 만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내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주목받는 곳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대모비스는 “사람들의 꿈으로 만들어진 자동차, 꿈꾸는 사람들로 만드는 자동차”라는 광고를 통해 회사를 소개하고 있다. 자동차 회사도 아닌 부품회사가 자동차의 미래를 선도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실 현대모비스의 이러한 생각은 무리가 아니다. 지금까지 내놓은 신기술과 앞으로 내놓을 기술력만 보더라도 그렇다.
주차땐 4개의 광각카메라 작동
회사원 김숙경(31 여)씨는 초보운전자다. 몇 달전 차량을 구입했지만 그에게 운전은 여전히 어렵다. 직선주행은 자신 있지만 골목길을 지날 때와 주차는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최근에는 골목에서 맞은편 차를 피하다가 다른 차를 긁었다. 또 골목마다 어린아이들이 뛰어놀아 사고를 낼 뻔한 아찔한 경험도 여러번 있다. 최근에는 차를 운전하는 시간보다 두고 다니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국내 최초로 운전석에서 차량 밖 360도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AVM(Around View Monitoring) 시스템을 개발해 그랜저 3.3 GDI 모델에 공급했다. AVM은 차량의 앞뒤, 좌우 아웃 사이드미러 하단에 각 1개씩 총 4개의 카메라가 장착된 시스템이다. 30만화소의 광각 카메라로 좌우 190도, 상하 130도의 화각을 자랑한다.
시속 20km 이내에서 작동하며 2D 탑 뷰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시각)로 영상을 보여주고 핸들 조작에 따른 실시간 주차 궤적을 화면에 제공하는 PGS(주차 가이드)기능도 제공한다. 차량 안에서도 사방의 화면을 볼 수 있는 것이다. PGS는 AVM과 함께 적용돼 운전석에서 보이지 않는 전후측방 사각지대의 장애물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주차는 물론 좁은 골목길 서행 운전과 주정차 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안전사고를 예방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졸음운전 방지시스템 세계최고 수준
안전운전의 최대 적은 ‘졸음운전’이다. 100Km/h 이상으로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운전자가 2~3초 동안 깜빡 졸게 되면 자동차는 운전자가 없는 상태로 84m를 달린다. 이 때문에 졸음운전은 달리는 폭탄으로 불리기도 한다. 또 사고 직전까지 장애물을 피하기 힘들어 운전자는 물론 피해자 모두 치명적인 손실을 입는다. 전 세계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이와 관련한 시스템 개발에 사활을 건 경쟁을 펼치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내놓은 ‘차선이탈 경고시스템’(LD WS-Lane Departure Warning System)은 자동차 회사는 물론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시스템은 60km 이상 속도에서 작동하며 운전자가 방향지시등을 작동하지 않고 차선을 이탈하면 자동으로 경고한다. 차량 주행시 룸미러에 내장된 카메라가 전방을 촬영하고 카메라를 통해 수집된 도로영상은 실시간으로 영상 처리장치인 ECU로 보내진다.
ECU는 도로영상을 파악해 차선이탈 위험이 감지해 운전자에게 위험상황을 알리고 경보장치에 명령을 내린다. 명령을 받은 경보장치는 모니터에 위험 표시나 소리, 혹은 안전벨트를 당기는 등의 방법으로 운전자에게 차선이탈 위험을 알리는 것이다.
현재 신형 에쿠스에 적용된 이 시스템은 세계 최초로 중앙차선과 일반차선을 구분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등은 차선의 구분없이 단순 이탈시 경보를 울리지만 에쿠스에 적용된 차선이탈경고시스템은 왼쪽 차선이 노란색일 경우 중앙선으로 인식한다. 차선을 밟으면 1초에 2회 경보음을 울리고 시트벨트를 진동시켜 운전자에게 경고한다. 일반 차선 이탈하면 클러스터에 경고등과 함께 경고음이 발생하고 이탈상황이 3초 이상 지속되면 프리 세이프 시트벨트의 떨림을 통해 촉각 경보를 제공한다.
현대모비스의 졸음방지 시스템 (DSM-Driven State Monitoring)은 수많은 테크놀러지를 합친 기술력의 총아다. 기존에 존재하던 유사한 시스템은 ‘음주운전 방지 시스템’으로 운전자의 땀이나 숨 냄새를 센서가 감지한다. 이후에 음주운전 여부를 판단하고 자동차 시동이 걸리지 않게 하는 방식이다.
현대모비스의 DSM시스템은 얼굴인식엔진 (FSE- Face Sensing Engine)을 활용해 눈동자의 움직임과 눈꺼풀의 반응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얼굴인식엔진 기술을 응용해 차 내부에 장착한 적외선 카메라로 운전자의 눈동자 움직임과 얼굴의 정면방향 여부 등의 상태를 파악한다. 운전자의 눈 깜빡임과 얼굴 방향패턴을 측정해 정상적인 상태가 아닐 경우 즉시 경고음을 울리고 시트에 강한 진동을 보내줌으로써 졸음운전을 하는 운전자에게 사고위험 경고를 알린다.
또 운전자의 눈 깜빡임과 얼굴 방향패턴을 측정해 정상적인 상태가 아닐 시 경고음을 울리고 시트에 강한 진동을 줌으로써 졸음운전을 하는 운전자에게 사고위험 경고를 알린다. 이 기술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렉서스 최고급 사양인 LS460모델에만 적용됐다. 국내 최초로 전방 차량과의 차간 거리를 자동으로 조정해줄 뿐 아니라 교통 흐름에 따라 자동 정지, 재출발 기능까지 지원하는 최첨단 주행 편의 시스템인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는 공간탐색용 초음파 센서를 이용해 주차 가능 영역을 탐색한 후 스티어링 휠을 자동 제어한다.
운전자의 평행 주차를 도와주는 ‘주차 조향 보조 시스템(SPAS)’도 주목할 만한 기술이다. 기존의 풋파킹이나 핸드레버 대신 간단한 스위치 조작을 통해 파킹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최첨단 시스템인 ‘전자 파킹 브레이크(EPB)’ 및 운전자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차량을 원격제어 할 수 있는 서비스인 ‘모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기술도 있다. 이 기술들은 지난해 8월 출시된 그랜저 3.3 GDI에 적용됐다.
광각센서 채용 조합장치 연비개선 한 몫
에코드라이빙. 21세기 화두다. 자동차 업계뿐 아니라 저탄소 고효율을 노리는 연비향상 시스템 개발에 한창이다. 고유가시대를 맞으면서 자동차업계들은 유지 비용을 줄여주는 자동차 개발에 한창이다. 현대모비스는 연료효율 개선은 물론 부품 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부품 경량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여러 가지 부품으로 구성된 모듈제품을 제작할 때, 설계 개선을 통해 부품 수를 줄이는 방식과 신소재를 적용해 중량을 감소시키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자동차부품에 고장력강, 마그네슘, 알루미늄, 플라스틱 등 강성은 높으면서 무게는 가벼운 재질을 적용, 연비 절감 및 성능 향상에 효과적인 자동차부품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가 2006년 초 국산화 개발에 성공한 전동식 조향장치(MDPS-Motor-Driven Power Steering)는 전기모터를 이용해 차량의 주행조건에 따라 운전자가 최적의 조향 성능을 확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장치다. 특히 인공지능 역할을 하는 전자제어장치와 운전자의 미세한 핸들 조작도 감지할 수 있다.
최첨단 광학식 센서를 통해 주행 안정성을 향상시키는 특징도 가졌다. 기존 유압식 조향장치와 비교할 때 고급 중대형 차량에서나 적용되던 첨단 장치인 ‘속도감응형 유압조향장치’보다 성능이 뛰어나다. 모터-센서-전자제어장치(ECU)와 감속기어로 이뤄져 차량에서 차지하는 공간면적이 줄였고 무게도 5kg 이상 저감되는 장점을 가졌다. 이 때문에 연비도 3~5% 정도 향상된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기존의 ‘유압식 조향장치’는 오일펌프와 엔진이 벨트로 연결돼 연료 소모율이 많았지만 ‘전동식 조향장치’는 벨트 대신 자동차의 발전기로부터 전기를 공급받아 필요시에만 모터를 작동하기 때문에 엔진의 연료 소모가 줄어든다. 업계관계자들에 따르면 아반떼에 장착되고 있는 MDPS는 세계 각 업체의 동급차종과 비교했을 때 성능, 연비개선, 안정성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자랑한다. 자동차 무게를 줄여 경량화 시키는 작업도 부품회사의 몫이다. 현대모비스가 내놓은 경량화 작업은 실제 연비개선이 크게 도움을 주고 있다.
제네시스를 살펴보면 흔히 서스펜션이라 불리는 현가장치의 구성부품인 컨트롤암, 너클 및 캐리어, 모듈브라켓 등의 부품들은 안전과 내구성을 위해 모두 철(steel)로 구성됐다. 이 부품에 철제 부품과 동일한 내구성을 구현하는 알루미늄 소재를 적용하면서 30% 이상의 경량화 했다. 실제 철제 부품을 장착했을 때와 비교해 15Kg 이상 무게를 줄였다. 이는 약 1700kg인 제네시스(3.3기준)를 약 0.9% 감량시킨 것이다. 그랜저HG 앞쪽에 장착되는 FEM(프런트 엔드 모듈)의 뼈대를 이루는 캐리어는 기존에 22개의 부품으로 제작됐다.
그러나 플라스틱 소재를 새롭게 적용해 4개의 부품을 조립하는 형태로 개발, 8.5kg이던 제품 중량을 4.8kg으로 낮추는 등 약 44% 경량화에 성공했다. 현대모비스는 프런트엔드모듈의 경량화를 또 한 번 더 추진했다. 원래 36개 부품으로 이루어졌던 제품을 하나의 모듈로 제작하면서 조립공정 중 6개 과정을 줄이는 동시에 약 30kg이던 모듈의 중량을 25kg로 감소시켰다. 약 1600kg인 TG그랜저(2.7기준)를 5kg(약 0.3%) 감량시킨 것이다.
또 운전석모듈의 뼈대를 이루는 스트럭처 인패널(IP)을 기능통합일체형 구조로 설계해 부품 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차량의 뼈대를 이루는 섀시모듈의 경우에는 바퀴와 프레임을 이어주는 부품인 컨트롤암을 알루미늄으로 제작해 무게를 30%정도 줄였으며 스티어링 칼럼을 마그네슘 소재로 교체 적용해 부품무게를 30% 감량했다. 운전석모듈에 장착된 운전자무릎보호대도 플라스틱 소재로 대체하면서 30%의 중량 감소 효과를 만든 것도 현대모비스가 자랑하는 기술력이다.
인포테인먼트 기술개발에도 남다른 열정
현대모비스는 올해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10대 글로벌 일류상품’ 육성 전략을 수립했다. 자동차 부품 시장과 기술의 동향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타 업체 대비 우수한 성능과 가격 경쟁력 등을 고려해 집중 육성 할 10개 아이템을 내놓기로 했다. 이 아이템들은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상용화 작업을 벌인다. 선정된 10개 제품은 제동장치(3개), 조향장치, 에어백, 레이더, 친환경차 부품,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LED 헤드램프, 바디 관련(이상 각 1개) 등 차량 내부의 전장핵심부품들이다.
LED 헤드램프는 현재 수준 대비 광량 40% 이상 향상 및 방열효율성 제고를 통해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능형 헤드램프 기술과 결합시킨 신제품을 개발해 세계 시장을 공략한다. 전기 구동모터, 인터버 등의 전기차 핵심 부품 역시 출력밀도를 현재 수준보다 세 배 가까이 향상시키는 등 대폭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현재 현대모비스는 국내와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쏘나타와 K5 하이브리드차의 구동모터, 인버터 및 컨버터가 통합된 파워제어기, 배터리 패키지 모듈 등을 공급하고 있다.
자동차와 스마트 기술을 합쳐진 새로운 자동차 기술도 준비 중이다. 현재 미국의 애플은 기술-디자인-마케팅에 역량을 집중해 외주 협력사를 통해 새로운 개념의 자동차의 생산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현재 전기차 부품 공급처를 전 세계에 물색중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애플이 자동차를 출시한다면 소비자들은 가전산업과 자동차 시장의 융합인 ‘I Car’ 혁명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현대 기아차도 최근 인텔과 차량용 반도체 공동 개발 MOU 체결을 통해 혁신적인 차량 멀티미디어 환경 구축에 나섰다. 자동차는 이제 기계적인 요소를 넘어 인포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스마트카’로 진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현재 전세계 자동차부품시장은 기존의 네비게이션, 인포테이먼트의 기능 뿐 아니라 운전자의 안전 및 제동-조향 장치 등 그 분야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자동차에 장착되는 전장부품 비율이 40%에 육박할 만큼 자동차 부품산업은 기계 중심에서 친환경 전자장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최근 자동차-IT 업계 간의 사업 합종연횡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현대모비스 연구소 메카트로닉스개발센터장 채귀한 상무는 “차량용 전장품의 최종 목표는 도로와 운전자의 상황을 차량 스스로 모니터링해 운전자의 조작없이도 사고를 원천 예방할 수 있는 단계로 진화하는 것”이라며 “전장화 트렌드가 빠르게 이뤄지고 지는 현 추세에서 현대모비스와 같은 자동차 부품 전문기업의 역할은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코노믹 리뷰 최재영 기자 som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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