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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채용했더니 알고 보니 '대졸',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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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채용 활성화에 대졸이 스펙 줄여 고졸로 위장 취업
청년 실업난과 고졸 채용 시대가 낳은 얄궂은 풍경
제재 법적 근거 미흡에 서류 걸러내기 힘들어 기업들 곤혹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 지난해부터 고졸 채용을 확대한 A공기업에서 인사 업무를 담당하는 B과장은 후배와의 술자리에서 황당한 고백을 듣게 됐다. "사실 고졸이 아닌 4년제 대학교를 졸업했다"는 것. 하지만 대학의 레벨이 낮아 번번이 취업에 실패하자 고졸직에 응시했다는 후배의 말에 "회사에서 그것을 모를 수가 있냐"고 되물었다. "대졸 여부를 지원서에 굳이 기입하지 않았고, 회사 측에서도 확인할 방법이 없어선지 따져 묻지 않았다"는 답변에 B과장은 한 번 더 놀랐다.

MB 정부 들어 청년 실업의 대안이 된 고졸 채용 시대가 낳은 '웃지 못 할 해프닝'의 단면이다. 실제 민간기업과 공기업에서 대졸 출신이 학력을 고졸로 낮춰 취업하는 사례가 종종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졸이면서 입사 지원서에 고졸 이상의 학력 사항을 굳이 적지 않고 서류 전형을 통과한 뒤 면접을 거쳐 암암리에 입사하는 것이다. 일종의 허위 기재 및 학력 위조인 셈이다. 하지만 각 기업별로 제재의 법적 근거가 미흡한 데다 딱히 막을 방법도 없다.

일선 채용 현장에선 이미 이 같은 사례를 인지하고 있다. C공기업 최고경영자(CEO)는 "대졸자들이 학력을 하향 위조해 고졸로 위장 취업하는 사례가 적발되곤 한다"고 귀띔했다.


다수의 공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상황은 적잖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년째 고졸 채용을 실시 중인 D공기업 관계자는 "학력 제한을 고졸로 두는 것은 대졸자 입장에서도 역차별 논란의 소지가 있다"며 "대졸이면서 직급과 임금이 더 낮은 것을 감내하겠다는데 적발된다 하더라도 자를 명분이 없다"고 토로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채용 시 학력에 의한 차별은 불가하다'는 권고 사항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올해 신규 인력 전체의 30%를 처음으로 고졸로 채용할 계획인 D공기업 관계자는 "대졸자가 고졸 직군에 지원하는 것은 청년 실업 해소와 사회 형평적 채용이라는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에 애초에 막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간기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특히 생산직 근로자를 고졸 및 전문대졸로 제한해 뽑고 있는 자동차 회사가 대표적이다. 한 자동차 회사 인사팀 관계자는 "고졸 입사라도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서 위장 취업을 노리는 대졸자가 심상찮게 발견된다"며 "고졸 후 공백 기간이 유난히 긴 지원자를 별도로 추린 뒤 출신 고교를 찾아가는 등의 추적 조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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