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장 재탈환 칼 뽑았다
대지진·엔高 악몽 털고 하이브리드·디젤 신모델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도요타, 닛산, 혼다 등 일본 자동차업체들의 국내 공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동일본을 강타한 대지진과 동남아 생산기지인 태국 최악의 홍수로 구겼던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강력하다. 가격경쟁력을 깎아먹는 주범인 엔고를 해결하기 위해 올 들어 미국산 일본차를 수입하는 파격적인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실적에서도 감지된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이들 업체의 지난달 판매실적은 일제히 향상됐다. 도요타 브랜드의 지난 1월 국내 판매대수는 794대로 전년동월대비 52.7% 증가했다. 닛산 브랜드도 48.2% 늘어난 209대, 혼다는 3.8% 확대된 353대를 기록했다. 2012년 첫달이지만 확실히 지난해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시장 공세 강화는 자존심과 연계돼 있다. 한때 국내시장에서 일본차가 상위를 휩쓸었지만 지금은 독일차 뿐 아니라 국산차 보다도 성능이 뒤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도요타와 닛산, 혼다 모두 잇달아 신차를 출시해 이 같은 인식을 불식시키고 있다.
인피니티는 지난 20일 SUV 신차인 올뉴인피니티 FX30d를 국내에 선보였다. 이 모델은 일본 자동차 메이커 최초로 디젤엔진을 탑재했다. 6기통, 3.0ℓ 터보 디젤 엔진으로 최고출력 238ps/3750rpm, 최대토크 56.1kg.m/1750~2500rpm의 성능을 낼 수 있다. 공인연비는 10.2km/ℓ다.
닛산이 디젤모델을 국내에 도입한 것은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독일차가 클린디젤을 앞세워 국내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것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국내시장 공략을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이 모델에는 차체 자세 제어장치를 비롯해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 전자식 제동력 분배장치, 타이어 공기압 경고장치, 어댑티브 프론트 라이팅 시스템 등이 탑재됐다. 또 10방향 조절 파워 시트와 자동 온도 조절 장치, 8" 모니터, 9.3GB 뮤직박스 등을 갖춰 감성품질까지 높였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18일 한국토요타는 국내 시장에 뉴캠리를 출시해 돌풍을 일으켰다. 사전계약분까지 포함한 출시 첫달 판매대수는 무려 1500대. 지난달 등록대수도 433대로 전체 수입차 모델 가운데 3위로 뛰어올랐다. 국내에 선보인 모델은 2.5 가솔린과 2.5 하이브리드 등 2종이다. 도요타는 한국시장에서의 명예회복을 위해 도요다 아키오 사장을 뉴캠리 출시행사에 초청하기도 했다.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본사 사장 초청을 요청했지만 흔쾌히 수락할 줄은 몰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뉴 캠리는 기존 모델과 큰 차이가 있다. 미국산 일본차라는 점과 함께 디자인 측면에서도 보다 역동성을 키웠다. 실내공간도 기존 모델에 비해 넓다. 전체 길이는 차이가 없지만 뒷좌석 공간을 15mm 확대했다. 특히 LG전자와 공동 개발한 내비게이션을 탑재한 점이 눈에 띈다. 도요타 내비게이션은 그동안 국내 소비자들에게 가장 많은 지적을 받아왔다. 103가지의 디테일을 내세워 세심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공인연비는 가솔린 모델의 경우 12.8km/ℓ, 하이브리드 모델은 기존 모델 대비 20% 향상된 23.6km/ℓ에 달한다.
안전성도 대폭 높여 조수석 무릎 에어백과 뒷좌석 사이드 에어백을 포함해 10개의 에어백을 장착했다. 도요타의 공격적인 성향은 가격에서도 느낄 수 있다. 뉴캠리는 기존 모델에 비해 오히려 낮아졌다. 가솔린 모델은 3390만원, 하이브리드는 4290만원이다.
도요타는 또 신형 프리우스를 한국시장에 출시했다. '프리우스 S'와 M, E 등 총 세가지로 고객의 선택권을 넓혔다. 특히 저가모델인 프리우스E의 가격은 3100만원대로 기존 모델 대비 660만원이나 낮췄다. 이 역시 한국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혼다코리아 역시 이달 초 3380만원짜리 스포츠 하이브리드카 CR-Z의 기본형 모델을 출시했다. 이 모델은 1CD 플레이어와 USB및 AUX 단자를 갖추고 있다. CR-Z는 2010년 2월 일본에서 처음 출시돼 발매 1개월 만에 누적 계약 대수 1만대를 돌파하기도 했으며, 출시 첫해 '2010년 일본 올해의 차'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