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농협중앙회가 내달 2일 신ㆍ경(信經) 분리를 앞두고 일부 세부사항에서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농업ㆍ축산 장려 사업을 하는 경제부문과 은행ㆍ보험 등 금융사업을 하는 신용부문을 별개의 지주회사로 농협을 분리하면서, 정부가 5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5조원의 지원금 중 3조원은 농협이 채권을 발행하고, 그 이자를 정부가 대신 내기로 했다. 나머지 2조원은 현물 출자 방식으로 지원키로 했다.
그러나 '현물 출자' 대상 주식을 어떤 것으로 하고, 어떤 형식으로 지원할 지를 놓고 정부와 농협 간 의견이 분분하다. 이에 정부는 최근엔 '이자보전 4조원+현물출자 1조원' 지원 방안을 다시 내놓았다. 농협은 20일 오후 이사회, 21일 대의원총회에서 의견을 수렴한 뒤 이번주내에 정부와 최종 결론을 낼 계획이다.
◆현물출자 대상은 = '이자보전 4조원'은 모두 농협중앙회에 현금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농협 입장에서는 기존의 '이자보전 3조원+현물출자 2조원'보다는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유리하다. 이에 농협은 현물출자 규모가 1조원이든, 2조원이든 정부(정책금융공사)가 보유한 산업은행이나 기업은행 주식 등 현금화가 쉬운 주식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래야 자본금 배정 작업을 쉽게 할 수 있고, 자산의 건전성도 개선된다고 주장한다. 농협 관계자는 "상장이 안됐거나, 시가 평가가 어려운 중소 공기업 주식을 받아봐야 의미가 없다. 주려면 알짜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농협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정책금융공사가 가진 산은ㆍ기은 주식을 줄 경우 정책금융공사의 자본 건전성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 소유 산은ㆍ기은 지분은 이미 예산안에 매각에 따른 수입 금액이 잡혀 농협에 현물로 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산은ㆍ기은 주식 대신 한국도로공사 주식 제공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자금, 중앙회냐 금융지주냐 = 현물로 출자받을 주식이 정해질 경우에도 해당 금액을 어디로 넣어줄까 하는 문제가 남는다. 농협은 이 주식을 모두 농협중앙회에, 의결권 없는 우선주 형식으로 달라는 입장이다. 그래야 정부 입김이 중앙회와 각 지주사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협 관계자는 "중앙회가 주식을 받아야 농협이 지주사의 지분을 100% 갖게 돼 정부의 간섭을 안받는다"며 "자율성 보장은 협동조합 정신의 기본"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주식 현물 출자는 무조건 농협중앙회 산하에 새로 생길 금융지주사에 주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래야 자금을 회수하기 쉬운 데다 정부가 금융지주의 지분을 일부라도 갖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주식 현물출자금을 모두 금융지주에 지원해도 지분은 10% 정도 밖에 안된다"며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을 하는데 최소한의 지분을 갖고 감시는 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신임 경영진 선임도 난항 = 새 경영진을 선임하는 문제도 쟁점중 하나다. 기존 임원들은 내달 사업구조개편을 앞두고 모두 사퇴의사를 밝히거나 물러난 상태다. 신임 경영진중 농협금융지주 대표 인선 작업이 최대 관건이다. 농협은 지난 주말께 후보를 선정하기로 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농협 내부적으로 김태영 농협신용 대표, 신충식 전 전무, 배판규 NH캐피털 대표 등의 이름이 거론됐으나, 권태신 국가경쟁력위원회 부위원장이 갑작스럽게 거론되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노조는 "권 부위원장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것은 명백한 정권 말기 낙하산 인사로 거론 자체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며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농협은 신임 전무이사에 윤종일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장을, 축산경제 대표는 남성우 전 축산경제 대표를, 농업경제 대표에는 김수공 전 농협상무를 각각 내정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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