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수출은 마이너스, 수입은 한 자릿수 증가의 초라한 성적표를 낸 이유가 뭘까.'
1월 무역수지가 23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뒤로 하고 24개월 만에 적자의 늪에 빠진 것은 ▲계절적 요인 ▲선박 수출 감소 ▲원유 도입액 증가 등 복합적 요인 때문이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인한 '수출 급감'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입액 증가'의 영향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유럽에서 촉발된 재정위기의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소비 심리가 급랭한 데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값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우리 무역 환경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간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1월 무역수지 적자가 1회성이냐, 추세적으로 지속되느냐다. 대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산업의 특수성에 따라 향후 실물 경제가 본격적인 하락기에 접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물론 각계 전문가들은 1월 무역적자를 추세적인 현상으로 예단하기엔 이르다고 지적하고 있다. 1월은 통상 계절적 비수기인 데다 설 연휴가 겹쳐 조업일수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일시적 영향이 있었고 수출에서 비중이 큰 선박 등 조선업 수주가 급감한 직격탄을 맞았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수출과 수입의 동반 부진'으로 요약되는 지난달 무역수지는 실물 경제 위축의 현실을 반영했다는 평가다. 직전 무역적자를 기록했던 지난 2010년 1월(8억달러 적자)에는 수출이 21년 5개월래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음에도 수입이 더 많이 늘어 적자를 냈던 것과는 확연히 대조되는 대목이다.
1월 수출은 415억3700만달러로 6.6% 감소했다. 수출이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선 것은 지난 2009년 10월(-8.5%) 이후 27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로 충격파가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은 석유제품(39.5%)과 일반기계(6.7%) 자동차(4.1%)를 제외한 주요 전 품목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특히 선박과 무선통신기기는 각각 41.5%, 39.7% 크게 감소하면서 전반적인 수출 감소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 위기로 선박 발주가 줄어 상황이 녹록치 않다"며 "대형사의 경우 선박 부문의 부진을 해양 플랜트에서 만회가 가능하지만 중소형 조선사는 선박 수주 급감이 고스란히 무역수지 적자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무선통신기기는 국내 기업의 스마트폰 세계 시장 점유율이 지난 3분기 기준 27.1%로 1위를 기록했음에도 해외 생산 확대로 인해 수출이 줄었다. 지역별로는 재정 위기의 진원지인 유럽연합(EU)에서 44.8% 급감했다.
지난해 매월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던 수입은 3.6% 늘어나는 데 그쳐 한 자릿수대로 뚝 떨어졌다. 원유와 가스 등 주요 에너지의 도입 물량 자체는 감소했지만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값 상승으로 수입액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실제 원자재 수입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29.1%에서 올해는 12.9%로 낮아지고 원유 도입 물량도 8억4300만배럴에서 7억7900만배럴로 감소했지만 도입 단가는 배럴당 91달러에서 112.8달러로 약 25% 올랐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소폭 증가세에 그쳤던 자본재 수입은 반도체 제조 장비(98.5%) 등을 중심으로 15.9% 늘었으나 소비재 수입 증가세는 크게 둔화됐다.
윤상직 지경부 제 1차관은 "지난해 1월을 제외하고 근 5년 동안 1월 무역수지는 연말효과 상쇄에 따른 수출 물량 감소로 지속적으로 적자를 보였다"면서 "특히 올해는 선박 수주 물량의 인도가 지연되는 등 수출 여건이 악화된 직격탄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이달 무역수지 전망에 대해서는 "조업일수가 지난해 2월에 비해서 4일이 늘어 수출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무역수지 트렌드를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2월을 포함한 1분기 상황을 꾸준히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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