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해 4%대 후반에서 3%대 후반으로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 '잠재성장률의 위기'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1980~1988년 9.1%, 1889~1997년 7.4%, 1998~2007년 4.7%로 점차 낮아진 데 이어 2008년 이후 3.8%로 한 단계 더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4%대 초중반으로 보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의 견해에 대한 이의 제기라고 할 수 있다. 재정부와 한은은 공식으로 잠재성장률을 추정해 발표하지는 않지만 정책 발표 등 여러 기회를 통해 최근에도 4%대의 잠재성장률이 유지되고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달 국회 예산정책처가 잠재성장률 추정치를 4.3%에서 3.7%로 낮춘 데 이어 이번에 민간 연구소인 현대경제연구원도 3%대의 잠재성장률 추정치를 내놓은 것이다.
잠재성장률은 주어진 부존자원과 기술수준 아래서 이용 가능한 자본과 노동을 최대한 투입해 달성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성장률을 의미한다. 따라서 잠재성장률이 떨어진다는 것은 경제의 활력이 그만큼 약해진다는 뜻이다. 달리 말하면 평균적인 국민이 누리는 경제적 삶의 질이 개선되는 속도가 그만큼 느려진다는 뜻이다. 선진국의 문턱을 넘기도 전에 잠재성장률이 급락하고 있다면 우리는 이른바 '중진국의 덫'에 걸려든 것일지도 모른다. 재정부가 지난주에 발표한 보고서 '2020년 한국사회의 질적 수준 제고를 위한 미래연구'에서 '잠재성장률의 지속적인 하락'을 우리 경제의 주된 위협요인으로 꼽은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잠재성장률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투자 부진을 꼽았다. 타당한 지적이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1981~1994년에 11.5%였던 우리나라의 연평균 투자 증가율이 1995~2008년에는 2.0%로 추락했다. 2009년 이후에는 1%대로 더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대기업 쪽에 쌓이는 이윤이 투자로 충분히 환류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대외개방 확대로 기업투자 중 상당 부분이 해외로 빠져나가게 된 것도 그렇다. '한국병' 운운하는 소리가 나오기 전에 잠재성장률 하락을 저지하고, 더 나아가 회복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3%대 성장으로는 필요한 만큼의 고용창출이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