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의 '포커 페이스', 세계 5위 만들다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현대차 엘란트라(내수명 아반떼)가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된 다음날인 지난 12일. 현대차 관계자들이 모두 들떠 있을 때 유독 한명의 표정만은 밝지 않았다.
정몽구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엘란트라가 올해의 차에 뽑혔다는 '빅 뉴스'에도 그의 표정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표정이 불쾌해보였다는 얘기도 들렸다.
현대·기아차가 불과 10년만에 세계 5위의 자동차 메이커로 부상한 데는 정 회장의 표정이 한 몫 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포커 페이스' 같은 그의 얼굴이 조직에 긴장감을 더했다는 것이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엘란트라의 수상 소식을 보고했는데 표정이 안 좋아 보였다"면서 "내심 좋은데 표정 관리를 하는 것인지 그것만으로 성이 차지 않은지 좀처럼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가 전세계 시장에서 질주하고 있지만 유독 정 회장의 표정만은 바뀌지 않았다.
지난해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마틴 빈터콘 폭스바겐 회장이 'i30'의 구석구석을 살피면서 자사 임원을 나무랄 때도 정 회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당시 현대·기아차 품질본부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정 회장에게 보고했으나 정 회장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점 때문에 항상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무래도 만족을 하지 않는다는 쪽이 맞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정 회장이 전혀 감정 표현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지난해 마지막 달 임원 회의에서 "한 해 동안 정말 수고 많았다"면서 임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한 바 있다. 전체에 대해 칭찬한 것도 이례적이라는 견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700만대 판매 목표를 설정한 만큼 갈 길이 멀다는 게 정 회장의 생각"이라면서 "칭찬 보다는 성과에 대해 확실히 보상하는 게 비즈니스의 세계"라고 말했다. 물질적인 보상이 확실한 칭찬이라는 설명이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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