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영 서울시교육감 권한대행, 서울시의회에 재의 공식 통보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두발·복장 자율, 교내집회 허용 등의 내용이 담긴 '서울학생인권조례'가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서울학생인권조례는 지난달 19일 서울시의회를 통과했지만 서울시교육청이 재의(再議)를 요구하면서 시행이 불투명해진 상태다.
이대영 서울시 교육감 권한대행은 재의 마감시한인 9일 오전 서울시의회에 재의 요구서를 공식 제출했다. 학생인권조례가 학생 지도를 단위 학교의 학칙으로 정하도록 한 상위법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과 충돌해, 조례 시행 시 학교 현장에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시교육청은 재의요구서에서 "'초·중등교육법' 제8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조에서 학교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는데, 조례로 학교규칙을 일률적으로 규제하면 상위법과 충돌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교내집회 허용'은 특정이념에 의해 학생들을 혼란에 빠뜨릴 위험이 있으며, '성(性)적 지향'은 청소년들에게 그릇된 성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28조는 '시·도의회 의결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저해한다고 판단될 때에 의결사항을 이송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사유를 붙여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의회가 재의에 들어가면 의결 요건이 더 엄격해져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2 이상이 찬성해야 조례 시행이 가능해진다.
이에 3월로 예정된 학생인권조례 시행이 불투명해지면서 시의회 일부와 인권단체 등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배경내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공동집행위원장은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인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 문화를 근본적으로 수술하자는 데 의의가 있다"라며 "조례가 채 시행되기도 전에 서울시교육청에서 발목을 잡고 있어서 이번 재의요구에 대한 법률적 검토 등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이라 말했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 일부 학부모·교원단체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교총은 "서울시의회는 학교폭력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심대한 이 시점에 무엇이 과연 서울교육과 학생들에게 바람직한 것인지 진지한 교육적 판단을 해야 한다"라며 "지난번처럼 교육 논리가 아닌 정치 논리로 접근할 경우 강한 비판과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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