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다들 소득세과랑 재산세과는 기피하는 분위기에요.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각종 증세안이 쏟아져 나올텐데…. 업무는 많고 결과는 없고, 결국 욕만 먹는 자리가 되기 십상이거든요."
2월 정기인사를 앞둔 기획재정부 세제실이 뒤숭숭하다. 총선과 대선을 치르는 해, 정치권의 증세 경쟁에 자칫 유탄을 맞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소득세제과는 논란이 뜨거운 '한국판 버핏세(소득세 최고세율 구간 신설안)' 도입안을 관장하는 곳이다. 재산세제과는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이 제안한 주식 양도차익 과세안이 현실화될 경우 가장 바빠질 부서다.
그 덕에 인기가 치솟은 부서가 법인세제과다. 법인세율 추가 감세가 백지화됐지만, 개별 기업이 '민원'을 넣는 경우는 드문데다 민원인과의 대화도 '신사적'으로 이뤄진다. 동물병원부터 자동차 학원에 이르기까지 각계에서 민원이 들어오는 부가가치세과나 종종 주류 도매업자, 장애인 단체에서 협박을 받기도 하는 환경에너지세제과는 골치아픈 부서다.
여의도의 분위기를 보면, 세제실 직원들의 고민은 납득이 된다. '부자증세'는 올해 정치판을 관통하는 화두다. 여야는 4월 총선을 앞두고 각종 증세안을 공약집 첫 페이지에 담을 태세다. 정치권은 이미 지난 연말 한국판 버핏세(소득세 최고세율 구간) 도입안을 깜짝 처리하며 증세 경쟁에 돌입했다.
민주통합당은 3일 조세개혁특위를 구성해 총선 공약의 윤곽을 잡기 시작했다. 한나라당도 과표현실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소득이 늘어난 만큼 과표구간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세제실의 분위기는 착잡하다. 세제실의 한 서기관은 "세제는 예산처럼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전 국민의 삶에 직접 영향을 주는 중요한 정책"이라며 "정치권이 뒷 일은 생각지 않고 이걸 무슨 공약의 액세서리처럼 여기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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