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강신호(동아제약) "해외진출", 허일섭(녹십자) "글로벌 리더", 이종욱(대웅제약) "내실경영", 이관순(한미약품) "비상체제"
제약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내놓은 2012년 위기 돌파 해법이 다채롭다. '위기를 기회로'라는 큰 그림은 동일하지만, 세부 방법은 처한 입장에 따라 조금씩 엇갈린다.
◆강신호ㆍ허일섭 회장 "글로벌이 유일한 돌파구"
제약산업은 전통적 내수 기반 업종이다. '건강보험'이란 따뜻한 울타리로 보호된다. 정부는 올 4월 일괄 약가인하를 단행해 그 울타리를 걷어치우기로 했다. 제약업계는 생존을 걱정하게 됐다. 놀란 제약업계가 대책 마련에 분주해졌다. 업계 1,2위 동아제약과 녹십자가 꺼낸 카드는 '내수 탈피'다. 정부정책에 일희일비 하지 않으려면 결국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계산이다.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은 올 해를 '글로벌 제약기업 도약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강 회장은 2일 시무식에서 "약가인하로 매출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신약개발과 해외수출 확대를 통해 세계적 제약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자"고 말했다.
강 회장은 일찌감치 신약개발의 중요성에 눈 뜬 CEO다. 10여년 넘게 준비해온 덕분에 올해 몇 가지 가시적 성과도 기대된다. 슈퍼박테리아 항생제 'DA-7218'이 미국에서 개발 막바지 단계에 있다. 지금까지 개발된 국산신약 중 경제적으로 가장 유망한 제품으로 꼽힌다. 현재 글로벌 임상3상이 진행중이며, 올 해 미FDA에 허가등록을 위한 절차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강 회장은 "위기라고 보수적으로 경영하기보다는 신약개발과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정면 돌파하겠다"고 강조했다.
녹십자 허일섭 회장의 비전도 비슷하다. 그는 "인류의 건강한 삶에 이바지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Mission)이며, 건강산업의 글로벌 리더가 되는 것이 우리의 이상(Vision)"이라고 말했다. 혈액제제와 백신 등 기존 주력제품군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게 최우선 목표다. 세포치료제와 분자진단 등 신성장동력 강화, 글로벌 인프라 구축 등 명실상부 글로벌 바이오기업의 면모를 갖추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허 회장은 "매출액 대비 7∼8%대의 연구개발비 지출액을 올해부터 10% 이상으로 확대한다"고 선언했다. 불확실한 업계 상황에서 각 회사들이 구체적 매출 목표를 세우지 못하고 있지만 허 회장만이 "2020년 매출 4조원"이란 원대한 목표를 제시한 것도 눈에 띈다.
◆이관순ㆍ이종욱 사장 "선택과 집중으로 위기 타파"
전형적인 내수 위주 제약사인 대웅제약과 한미약품의 분위기는 사뭇 비장하다. 한미약품은 창립 39년만에 '비상경영'이란 단어를 처음 써가며 의지를 다졌다.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은 "거대한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왔지만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데 역부족이었다"며 지난 몇 년간 부진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창업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아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미래의 핵심가치에 선택과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앞선 두 회사와 달리 신약개발 성과가 나오기까진 몇 년이 더 필요한 입장이다. 다소 침체된 영업현장의 기를 살려 2000년대 초중반 제약업계를 호령하던 '강한 영업력의 신화'를 재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사장은 "시장성 있는 신제품을 적시에 발매하는 전사적 노력으로 영업현장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매출의 대부분이 판권 도입 수입약에 의존하는 대웅제약의 위기감도 크다. 이종욱 사장은 "수익성 악화에 대비해 품목을 구조조정해 내실 있는 성장전략을 실행해 나갈 것"이라며 "개량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신약 임상개발을 가속화하해 글로벌 신약개발을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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