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한국 기업의 일본 상륙작전이 본격화됐다. 한국 기업들은 그동안 일본의 다양한 비관세 장벽과 복잡한 유통구조 등을 이유로 일본 내수시장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다. 막걸리 등 일부 식음료 업계의 진출만 눈에 띄었을 뿐이다. 그러나 일본 내 거세지고 있는 한류 바람과 엔고 현상 등으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자동차, TV, 화장품 등 다양한 기업이 일본 내수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나섰다. 부품과 소재의 공급지로만 여겼던 일본을 신흥 소비시장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2007년 일본 시장에서 철수했던 삼성전자만 해도 그렇다. 일본 현지 언론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을 목표로 일본 TV 시장 재진출을 검토중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최근 야마다전기와 요도바시카메라 등의 대형 양판점과 TV 판매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철수 후 꼭 5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2년 일본 시장에 LCD TV를 내 놓았다. 하지만 일본내 브랜드에 밀려 2007년 시장 점유율이 0.3%까지 하락하며 그 해 철수했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가 인기를 끌면서 브랜드 인지도가 크게 높아져 TV 시장 재진출을 검토하게 됐다.
특히 스마트폰의 연장선상인 스마트TV와 3D TV에서 강점이 있어 제품 경쟁력 측면에서도 일본 업체들을 앞선다는 평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지만 (일본 시장 재진출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9년 일본 승용차 시장에서 철수한 현대자동차도 재진출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현대차는 2001년 일본 자동차 시장 공략을 선언하고 한류스타 배용준을 모델로 고용하는 등 활발한 마케팅을 펼쳤다. 쏘나타, 아반떼 등 중형과 준중형 위주로 판매하면서 2004년에는 2524대의 판매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해마다 하락했다. 지난 2008년에는 501대까지 떨어졌다. 2009년에는 아반떼와 쏘나타 대신 i30 등을 신규로 투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판매 부진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현대차는 같은 해 12월 일본에서 철수했다.
현대차는 현재 일본 고급버스 시장에서는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장거리용 고급버스 시장에서 현대차 유니버스는 2009년 첫선을 보인 이후 200대 가까이 판매되면서 인정을 받기도 했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일본 승용차 시장에서 나왔다고 포기한 것은 아니다"면서 "언젠가는 다시 가야할 곳"이라고 밝혔다.
국내 브랜드숍 화장품업체도 일본 유통망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샤는 일본시장에서 단독 브랜드숍 약 22개를 포함해 일본의 주요 유통 채널인 드럭스토어의 숍인숍까지 6000여 곳에 진출해 있다. 또 국내 화장품 브랜드로는 최초로 나리타(도쿄), 하네다(도쿄), 간사이(오사카) 일본 공항에도 입점했다. 미샤의 일본 내 매출은 지난해 8월말 기준 전년동기대비 132% 성장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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