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신년연설에서 새로운 대북 메시지를 전하기보다는 기존에 강조했던 대화의지와 북한의 핵 포기를 강조했다. 이는 노동신문 신년 사설 등을 통해 확인된 북한의 입장이 종전과 달라지지 않은데 대한 실망감이 반영됐다.
특히 청와대는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례식이 끝난 뒤 오히려 우리 정부에 대한 비난의 강도를 높인 점을 감안해 대북 메시지의 수위를 조절했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가 단기간내에 긴장관계에서 급속도로 해빙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올해에는 북한 핵문제 해결에 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면서 "북한이 진행중인 핵관련 활동을 중단하는 대로 6자 회담은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금 우리에게 가장 긴요한 목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라며 북한의 체제 안정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해 선제적인 제안을 하지 않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남북한이 함께 해결할 과제'라는 큰 틀의 방향만 제시했다. 이는 북한이 김정은 체제에 들어갔음에도 대남 정책의 변화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섣부른 제안을 할 경우, 북한에 끌려다니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전날 신년공동사설에서 올해를 "김일성조선의 새로운 100년대가 시작되는 장엄한 대진군의 해"라고 표현,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선언했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강경기조를 고수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실명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남조선 역적패당', '보수집권세력' 등으로 지칭하며 우리 정부를 비난했다. 한편으로는 6ㆍ15남북공동선언과 10ㆍ4선언을 강조하면서 "북남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동족대결책동을 반대배격해야 한다"고 남남갈등을 부추겼다.
김 위원장 사망후 모처럼 남북 화해 국면이 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현재로선 접어야하는 분위기다. 북한은 내부 체제 안정을 위해 우리 정부에 대한 칼끝을 세움으로써 결속력을 키워가는 데에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리 정부도 북한이 변화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지난 4년간 강조해온 원칙을 뒤집어가며 손을 내밀기 힘들다. 그러나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 개발 중단을 이끌어내는 것에 대해서는 주변국들과의 협력을 통해 꾸준히 추진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경제적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북한이 우리 정부를 강력하게 비난한 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김 위원장이 죽기 전과 후가 변함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북한이 변할 의지가 없는데 우리만 너무 앞서나갈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전했다.
조영주 기자 yj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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