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지선 기자]
출판사 다니는 친구가 ‘정치인 자서전에 적당한 제목' 추천해달랬다. 책 내용이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췄는지 전혀 알 수 없어 대답하기 곤란했지만, 올 한해 기자가 좋아했던 단어 ‘융합’을 키워드로 하면 어떻겠느냐 했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2011년의 단어로 ‘융합’을 꼽는다. 다양한 것의 장점이 어울려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 융합의 참된 의미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알려진대로 교수들이 뽑은 2011년 사자성어는 '엄이도종 (掩耳盜鐘)'이다. 자기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는 뜻. 나쁜 일을 하고도 비난이 두려워 귀를 막는 현실을 빗댄 것이다. 지난해에는 진실을 숨겨두려고 거짓의 실마리가 드러난다는 장두노미(藏頭露尾) 였다. 모두 유쾌하지 않다.
미국의 사전 출판사 메리암 웹스터는 올해의 단어로 '실용적인'이란 뜻의 '프라그마틱 pragmatic'을 선정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Oxford English Dictionary)에서도 Squeezed middle (쪼들린, 혹은 쥐어 짜인 중산층)를 2011년 올해의 단어로 꼽았다. 모두 침울하다.
융합은 멋진 단어다. 음식으로 치자면 ‘퓨전’이다. 패션으로 보면 ‘믹스 앤 매치’다. 실제로 올해 패션계는 다양한 장르의 혼합이었디. 예전에는 교과서적인 옷입기가 칭찬받았다면 올해는 옷입기에서도 독창적 아이디어가 주목받았다. ‘대세’ 아이템은 있었지만 다양한 유행이 공존했다. 발목까지 오는 긴 치마와 미니스커트가 공존했고 하이힐과 플랫슈즈가 동시에 유행했다. 남자들은 정통 신사처럼 맞춤 신사복을 입는가하면 한층 경쾌한 색상으로 과감해졌다.
기자는 최근 이태리 출장길에서 다양한 나라에서 온 기자들을 만났다. 패션과 역사의 나라 이탈리아에 모여 나눈 얘기 중 빠지지 않는 주제는 '유럽의 경제 위기, 현실로 다가오는 빈부 격차, 완경 오염과 이상 기후' 등 우울한 얘기가 대부분이었다.
공항 가는 길에 만난 기사는 점점 어려워진 현실을 얘기하며 '내 딸도 한국산 자동차를 타고있다. 한국차가 전세계로 수출 많이 하니까 한국 가면 일자리 많을거 아니냐. 이탈리에서 실직하면 짐싸들고 한국 공장으로 일하러 가야겠다'는 농을 건넸다.
대화의 주제는 암울했어도 이탈리아에서 만난 현지인들은 헤어질 때 모두 ‘뚜또베네(Tutto Bene)’를 외쳤다. 영어로치면 ‘굿럭(Good Luck)’ 정도. 우리말로하면 '잘될거야’, 한자로는 만사쾌조(萬事快調) 정도일 것이다. 청담동 이탈리아 레스토랑 이름으로 먼저 알았던 뚜또베네는 참 유쾌한 단어다. 게다가 리드미컬하다.
일주일 조금 더 남은 2011년. 내년에는 희망찬 인사말이 어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박지선 기자 sun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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