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서북부 외부인 투자 감소 우려..동북부 펜션, 단독주택 등 시장 위축
[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 조민서 기자]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에 가뜩이나 얼어붙은 수도권 북부 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더욱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도 파주, 김포, 고양 등 서북부 지역과 포천, 동두천 등 동북부 지역에서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짙다.
경기도 파주 교하신도시의 H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이 지역 주민들은 북한과 관련된 소식에 동요를 보이지 않지만 서울 등 외부인들이 오히려 예민하게 받아들인다"라며 "아무래도 외부에서 파주 신도시로 들어오려는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 말했다.
당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없지만 매수심리 위축이 더욱 공고화될 것이란 의견이 많다. 특히 파주, 김포, 고양 등 서북부 지역은 수도권 중에서도 시장침체의 골이 깊은 곳인데 대북악재까지 겹쳐 설상가상의 상황이다.
김인만 굿멤버스 대표는 "그렇지 않아도 시장이 관망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번 김정일 사망 소식에 분위기가 얼어붙게 됐다"라며 "특히 김일성 사망 당시와 달리 후계구도 등도 명확하지 않아 리스크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과 가까운 수도권 북부 지역부터 시장이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 덧붙였다.
김포한강신도시의 P공인관계자는 "아직까지 이와 관련해 문의 전화는 없다"라며 "다만 매수 심리가 위축될까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수도권 서북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당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미 이 지역 시장이 침체돼 있는 상황인 데다 아파트 등 주택이 주식처럼 당장에 사고팔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조은상 닥터아파트 팀장은 "집값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여지는 추후 두고봐야 한다"라며 "과거에도 연평도 사태 등의 악재가 있었지만 당시 수치적으로 집값에 큰 변동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경기 동북부 지역의 상황도 비슷하다. 관망세를 유지한 가운데 펜션, 캠핑장, 전원주택 등이 많은 연천군, 동두천 등의 지역은 어느 정도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연천군 Y공인 관계자는 "파주 운정지구 등 경기 서북권의 신도시 조성, 37번 국도 개통 등으로 주택 수요도 늘 것이라 전망됐지만 북한 관련 소식이 들릴 때마다 찬물을 끼얹듯 조용해진다"고 말했다.
동두천 송내동의 D공인중개사는 "근 20년간 동두천에서 일했지만 이곳 전세나 매매시세는 다른 곳의 50%수준으로 가격 메리트가 상당하다"며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에 시세가 크게 연연하진 않겠지만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다만 토지시장의 경우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민통선 안 관리지역 안 농업용지 등은 비옥한 땅임에도 공시지가가 3.3m당 1만원 이하일 정도로 단가가 싸다. 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이들이 아니면 들어올 생각을 않는다는 것이다.
연천군 J공인중개소 관계자는 "10년전 햇볕정책이 한창일 때 통일 대비 투자용지로 반짝 홍보가 되긴 했지만 원래부터 투자 수요의 발길은 별로 없던 곳"이라며 "지난해말 연평 도발 사건과 올 8월 김정일 위원장 방러소식으로 남북 철도연장 등의 변수가 화제가 됐었지만 그때도 시장의 반응은 신통찮았다"고 말했다.
박충훈 기자 parkjovi@
조민서 기자 summe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