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유보율이 높은 기업이 투자에 인색하다는 인식은 잘못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3일 여의도 KT빌딩 14층에서 '기업의 사내유보와 현금성 자산,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유보율이 높은 기업은 투자는 하지 않고 사내에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기업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회계의 기본원리를 잘 알지 못해 생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유보율은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을 합한 금액을 납입자본금으로 나눈 비율로, 기업이 스스로 얼마만큼의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다.
조연주 상근연구위원(한국공인회계사회)은 "기업이 유보금으로 설비 투자를 하거나 운영자금으로 사용한다고 해서 그 잔액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며 "회계적으로 유보금 잔액은 그대로 있으면서 자산이나 부채의 구성만 달라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도 "국내 대기업의 현금보유율은 2001년 이후 2003년까지 높아지다가 그 이후 정체하거나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고 미국은 물론 아시아 경쟁국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 박사는 "대기업의 투자증가율은 전체기업 평균에 비해 매우 높고 특히 금융위기 이후 급등했다"며 "이 같은 대기업의 투자 증가로 인해 2010년 전체 기업 투자액 중 30대 기업의 비중은 50.7%에 이를 정도로 커졌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고 현금만 쌓아 놓고 있다는 정치권과 일부 단체의 주장은 회계의 기본원리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유보율-투자 관련 논란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황인태·강선민 중앙대 교수는 "정보이용자의 오해를 풀기 위해 유보율 산정방식을 주식발행초과금과 재평가적립금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대로 계산하면 주요 7개국 가운데 독일의 대기업 유보율이 가장 높았고 우리나라는 일본과 영국, 미국보다도 낮은 5번째였다. 국내 중기업의 유보율은 세번째로, 소기업은 다섯번째로 각각 높았다.
한봉희 아주대 교수도 "현금의 사내유보를 미투자 유휴자금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으나 이는 옳지 않다"며 "우리나라 기업들은 사내유보금의 많은 부분을 운전자본과 유·무형자산에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기업의 유보율을 새롭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며 "유보율을 정의할 때 분자로는 이익잉여금이나 이익잉여금과 주식발행초과금의 합계 등을, 분모로는 총자산에서 재평가적립금을 뺀 금액이나 자본총계에서 재평가적립금을 뺀 금액 등을 각각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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