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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유 "M&A 판 깰 각오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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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론스타, 외환은 인수 재협상 막전막후
장부가치보다 낮게 인수…당분간 2개 은행체제


김승유 "M&A 판 깰 각오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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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4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대강당에 설치된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는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내비쳤다. 외환은행 인수 가격을 많이 깎았다는 자부심이었다.

그는 "외환은행 인수·합병(M&A) 무산을 각오하고 론스타와 가격 재협상에 나섰다"며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과 론스타는 지난해 11월 처음 외환은행 주식매매계약을 주당 1만4250원에 맺은 뒤 올 들어 두 번 가격을 낮췄다. 김 회장은 이번에 체결한 주당 1만1900원의 가격은 외환은행의 장부가치보다 낮게 산 것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는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은행의 부실로 인해 구제하는 경우를 빼고 최근 수년간 은행을 북밸류(장부가치) 이하로 매매한 사례는 보지 못했다"며 "외환은행은 부실자산이 적어 하나은행과 더불어 가장 좋은 은행"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이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주당 인수가격 1만1900원은 외환은행 주당순자산가치(BVPS)의 0.93배다. 2005년 국민은행이 맺었던 주당 1만5200원이 BVPS 대비 1.73배였고 2007년 HSBC의 주당 1만8045원은 1.83배였던 데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라는 게 하나금융의 설명이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인수하더라도 당분간 하나은행과 합치지 않고 독립 경영 체제를 유지할 방침이다. 김 회장은 "외환은행을 인수한 후 당분간 지주사 밑에 2개 은행을 유지하는 '더블 뱅크' 체제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독립 체제 기간은 3~5년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위적인 구조조정도 하지 않을 방침이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 대표 은행 역할을 하려면 미국뿐 아니라 교역량이 많은 나라에 적극 진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외환은행 임직원들의 역량이 꼭 필요하다"며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외환은행 노조가 됐든 직원이든 누구라도 만날 준비가 돼있다"고 덧붙였다.


하나금융의 분석에 따르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합치면 올 9월말 기준 총자산(고유계정+신탁계정+운용자산) 366조5000억원으로 우리금융(372조4000억원)에 이어 국내 2위 금융지주로 올라선다. 지점 수도 1012개로 KB국민은행(1162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아진다.


그러나 김 회장은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중복 점포가 30~40개 정도에 불과해 큰 문제가 아니다"라며 "인재를 어떻게 양성하고 교육시키느냐가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외환은행 직원들을 안고 가겠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국내 시장만 가지고 경쟁할 때는 지났다. 규모가 크다고 해서 해외 시장에 나가서 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그 사람들(외환은행 임직원)의 경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서로 마음을 터놓으면 우리의 진정한 뜻을 이해할 것"이라며 "외환은행과 같이 손을 잡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은행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로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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