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최근 정치권이 증세 논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경제계가 어려운 경제여건과 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감세기조 유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는 1일 “물가 상승, 불확실한 대외 경제 여건으로 경제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감세기조 철회에 이어 증세로 논의가 급진전되고 있어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지속성장을 위해 세율인상을 지양해야 한다는 내용의 ‘감세기조 유지를 위한 경제계 건의문’을 국회와 정당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2012년으로 예정된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철회하고 현행 세율 22%를 유지하자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에서부터 법인세 최고세율을 30%까지 올리자는 증세 개정안까지 올라와 있다.
대한상의는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은 기업 경영 여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며 “법인세율 인하 정책에 대한 논란이 수년간 반복된 데 이어 올해에는 증세까지 언급되면서 기업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개방경제에서 법인세율 인하 철회나 인상은 주변 경쟁국에게만 득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소득세 현실화론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건의문은 “소득세 최고세율은 현행 35%를 유지하되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은 물가상승률, 경제성장률 등을 고려해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8800만원~1억5000만원’ 또는 ‘8800만원~2억원’ 과표 구간을 신설해 이 구간에 대해서는 소득세율을 33%로 인하하고 초과 구간은 35%의 현행 세율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우리나라 소득세 최고세율 35%는 수치상으로만 보면 미국(35%), 일본(40%)에 비해 같거나 낮지만, 실질적인 부담은 더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과세표준이 8800만원만 초과하면 소득세 최고세율인 35%를 적용하는 반면 미국은 약 4억3000만원(37만3650달러, 우리나라의 5배)를 초과해야 35%를 적용하고 일본은 약 2억7000만원(1800만엔, 우리나라의 3배)을 초과했을 때 최고세율인 40%를 적용한다. 이렇다보니 소득세 과세표준이 1억5000만원인 경우 우리나라는 35%의 최고세율이 적용되지만 미국은 28%, 일본은 33%로 우리보다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상의는 “현행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은 1996년 8000만원 초과였던 것이 2008년에 8800만원 초과로 조정된 것인데 물가상승률, 경제성장률 등을 고려하면 조정 폭이 지나치게 작은 것”이라며 “명목소득 증가로 높은 세율 구간으로 이동해 세부담이 증가한 자영업자와 근로자가 많다”고 지적했다.
전수봉 조사1본부장은 “여러 나라에서 증세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는 하나 이는 심각한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한시적 제도 도입 등의 방안으로 검토되는 것이 대부분이며, 법인세율은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오히려 인하하는 추세”라며 “우리나라 재정건전성은 미국이나 일본, 유럽 각국에 비해 양호한 편으로 증세와 같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전 본부장은 “과거 20년간 우리나라는 여러 번의 경제 위기 상황이 있었지만 법인세율과 소득세율의 지속적 인하 등 감세정책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해왔고 그 결과 세수도 증가했다”며 “징세원칙은 ‘세율은 낮게 세원은 넓게’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율이 높으면 국외로 자본이동이 일어날 수 있고 각종 탈세를 조장할 우려도 있다”며 “고(高)세율은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게 되므로 감세를 통해 경제 활력을 일으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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