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공순 기자]국제통화기금(IMF)이 6천억 유로(7천940억 달러) 규모의 이탈리아 구제금융을 준비하고 있다고 현지 일간지인 <라 스탐파>가 2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다우존스 와이어와 블룸버그통신 등 일부 통신매체들은 이 소식을 인용 보도했지만, 로이터통신이나 파이낸셜타임스(FT)스트리트 저널 등 주요 경제매체들은 기사화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지난 26일에도 스페인 현지 언론도 새로 구성될 우파 국민당 정부가 IMF 구제금융을 요청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IMF를 통한 유로존 지원 문제는 전에도 몇차례 검토된 적이 있지만, 미국, 중국, 독일 등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실현되지 못했다.
과연 6천억 유로 규모의 IMF 이탈리아 구제금융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보도는 그다지 현실성이 없다.
무엇보다도 현재 IMF의 총 자본금(187개 가맹국의 출연금)은 3천750억 달러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기금 규모를 지금의 두배인 7천500억 달러로 늘리기로 합의했지만, 그동안 실제 출연을 한 국가는 한국, 일본을 포함해 17개국에 총 규모는 1천억 달러에도 못미친다.
게다가 IMF는 그동안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 여타 남유럽 국가에 대한 구제금융으로 상당액을 쓴 상태이기 때문에 IMF의 기금은 고갈 직전 상태에 처해있다.
궁여지책으로 지난주 초에 ‘예방적 긴급 대출’ 방안을 마련해 각국에 출연금의 최고 10배까지 대출해 줄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웠지만, 아직 총회를 통과한 ‘합의안’은 아니다.
또 이 계획에 따르더라도 이탈리아에 대한 구제금융은 약 9백억 유로가 최대 한도이다.
가장 주요한 기금 출연예정국가인 중국(1천억 달러)은 아직 계획 실행 여부에 대한 답변이 없고, 미국(1백억 달러)은 의회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 가뜩이나 재정 적자로 시끄러운 미국 의회에서 추가 출연 승인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지난 7월 합의하고 논란 끝에 약 4배 가량의 레버리지(신용차입) 방안을 확정한 4400억 유로 규모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미 그리스, 포르투갈 등에 2천억 유로 가까이 지원했으며, 나머지 금액으로 채권을 발행한다는 계획도 시장에서 원매자가 없어 난관에 부닥치고 있다.
또 28일자 FT는 EFSF 채권이 발행액의 30%만을 보증할 것이라고 전했는데 이는 레버리지 비율이 당초 알려진 4-5배에 못미치는 3.3배 수준에 머무를 것이며, EFSF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규모도 그만큼 줄어들 것임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영국의 <인디펜던트>지는 같은날 EFSF에서 배정해 놓은 아일랜드 지원분이 모두 소진되었다고 보도했다.
만일 EFSF가 추가로 아일랜드 지원금을 배정해야 한다면, 이 기금으로 발행할 수 있는 실제 채권 규모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EFSF가 기껏해야 5천억 유로 이상의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공순 기자 cpe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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