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노트북만 켜면 어디든 사무실, 도서관이 되는 호모 노마드(유목민)의 시대에요. 사람들은 주거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하고 싶어하지요.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으로 바뀌고 있어요. 주택정책도 이제 그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요? 어디서든 환경 좋은 임대주택을 소득에 따라 빌려 살 수 있다면, 굳이 빚까지 내 사려고 들지 않을테니까요."
홍익대 건축학과 5학년 안광일(26)·서울시립대 경영학부 4학년 안소정(22)씨 남매가 꿈꾸는 미래도시는 이런 '노마딕시티(Nomad-city)'다. 이들의 표현을 빌리면 "보편적 공간의 개인 환경 최적화"가 이뤄지는 곳. "주택이 입주자의 소득과 사회적 위치를 분류하지 않는 곳"이다.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주최한 '2회 미래 대학생 논문 공모전'에서 대상작으로 뽑힌 이들의 논문은 세계적인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의 '호모 노마드-유목하는 인간'에서 주택 문제를 풀 키워드를 찾았다.
정주 개념이 희박해진 시대, 나홀로 가구와 고령화 현상, 도심의 주택 노후화와 친환경 콘셉트까지 고려했다. 수요 예측 방법이나 공공임대주택의 건설비를 높일 환경 개선 주장에선 한계도 드러나지만,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한 대학생다운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여동생은 스페인에 교환학생으로 가 있어요. 인터넷 영상통화로 기획회의를 했죠. 이번엔 주택 얘길 했지만, 교육 정책에도 관심이 있어요. '변화를 위해선 교육부터 바꿔야 한다'는 안철수 교수님의 말에 공감하거든요."
주택 문제를 인문·사회학적으로 풀어보려 했다는 이들의 제안은 "바뀐 시대에 맞는 주거 정책(24일 비상경제대책회의)"을 고민 중인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쓸만한 아이디어가 될 것 같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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