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철현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주택 정책 윤곽이 드러나면서 서울 뉴타운 지역과 재개발 예정지구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사업 추진 일정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뉴타운·재개발 단지의 경우 서울시가 사실상 사업 재검토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업 초기 단계에 있는 재건축 단지의 투자자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책은 한마디로 서민 주거 안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박 시장은 후보 시절 뉴타운 계획의 전면 수정과 재건축·재개발 속도 조절을 강조했다. 집주인들의 재산권 보호보다는 세입자들의 주거권에 대해 더 높은 비중을 할애하겠다는 것이다.
박 시장의 정책이 시정에 본격 적용되면 사업 초기 단계이거나 지지부진한 뉴타운 및 재건축 단지의 경우 지분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전면 사업 재검토 또는 해제 절차를 밟을 뉴타운 지구의 경우 속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서울지역 뉴타운 사업구역 241곳 중 70곳은 조합 설립을 위한 추진위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여윳돈으로 투자한 사람들이야 당장 팔지 않아도 되지만 실수요 투자자들은 고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묻지마 매도'는 금물이다. 주택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서울의 경우 가용 택지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노후 주택지가 언제든지 개발 기대감에 들썩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김재언 삼성증권 부동산 전문위원은 "섣부른 판단으로 투자 지분을 함부로 내던지기보다는 서울시의 부동산 정책 흐름과 시장 상황 등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을 관망하면서 매도 시기를 내년 이후로 미루는 것도 방법이라는 얘기다.
정책 변수가 개입된 부동산의 경우 물건의 옥석 가리기 전략도 구사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사업성이 좋아 추진이 가능하거나 사업 진척이 빠른 곳은 오히려 희소성 때문에 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크다"며 "입지 좋은 급매물 중심으로 매입하는 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눈여겨 볼만한 단지로는 조합을 설립해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거나 구청에서 사업계획 승인을 받아 사업 가속도가 붙은 곳들이 꼽힌다. 실수요자라면 재개발·재건축 분양단지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서울에서 주요 아파트 공급원은 재개발·재건축 단지인데, 앞으로 이들 분양 물량이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가구(단독)주택은 인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 서울시의 다가구 매입 임대와 임대 수익용 투자 증가 등으로 각종 수요가 분출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박 시장이 임기 내에 임대주택 공급 물량을 2만가구 더 늘릴 계획이다. 서울 양평동 한 공인중개사는 "빌라나 도시형 생활주택을 지으려는 투자자들이 다가구주택 매입에 나서고 있지만 매물이 많지 않아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소형 오피스텔과 원룸 같은 수익형 부동산도 눈여겨볼 만하다. 서울시가 1~2인 가구를 위한 소형주택 공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인 만큼 임대 목적의 투자 수요는 꾸준히 늘 것으로 예상된다.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는 "임대사업을 위해 소형 주거시설에 투자하려면 입지 분석은 물론 예상 수익률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며 "역세권이나 대형 마트 등 생활편의시설과 대학 등 배후수요 여건이 양호한 곳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철현 기자 choch@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