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 30년, 장기간 가동 중단 따라 정밀진단중
조선소 고도화 사업 차원서 폐기 검토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노동운동의 상징이 된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이 사라질 전망이다.
지난 10일 한진중공업 노사갈등이 봉합된 이날 김진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309일간의 고공농성을 벌인 뒤 한진중공업은 곧바로 85호 크레인에 대한 정밀 안전진단검사를 진행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85호 크레인의 안전 진단을 실시하고 있다”며 “가동한지 30년이 넘었고 고공 농성으로 11개월이나 가동하지 않아 계속 쓰기는 어려울 것 같다. 진단이 마무리 되는 데로 처리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중공업은 85호 크레인을 ▲해체·분해한 뒤 고물로 매각하거나 ▲장비를 들어내 다른 조선소에 파는 방법 ▲안전진단과 보수 후 계속 활용하는 방안 등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계속 활용하는 방안은 실현성이 거의 없으며, 매각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영도 조선소의 현대화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 관계로 현재 사용중인 설비중 상당수가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며 “85호 크레인을 비롯한 육상 크레인은 적재능력이 100t에 불과해 중량이 큰 블록을 이동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85호 크레인은 영도조선소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노사 갈등 속에 휘말리며 노동계 인사들의 ‘성지’로 부각됐다.
이번 김 위원의 장기간 고공 농성 이전에는 지난 2003년 김주익 당시 한진중공업 노조지회장이 사측의 정리해고에 반발해 85호 크레인에 올라가 농성하다 스스로 목을 매 숨지기도 했다. 이후 갖가지 노사 충돌이 벌어질 때마다 노측 인사들은 85호 크레인을 중심으로 실력 행사를 벌였다.
사측의 85호 크레인 처리도 이러한 배경이 감안된 것으로 추정됐다. 향후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로의 사업 구조 개편을 추진중인 영도조선소에 85호 크레인이 계속 남아 있다면 향후 또 다시 벌어질 갈등의 장이 될수도 있다는 것이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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