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만 '김장가구'
절반만 '김장 가구'
20~30대 김치 담그는 법 몰라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김장요? 번거롭잖아요. 사다 먹은지 벌써 몇 년 된 거 같은데요."
"김치를 어떻게 담그는지도 모르는걸요. 올해도 친정에서 얻어 먹어야죠."
김장철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김장을 담그겠다는 집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온 식구들이 동원돼 한쪽에선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또 한쪽에선 양념을 준비하는 것이 김장 담그는 날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김장을 담그는 날엔 어김없이 배춧국에 김장김치를 곁들인 보쌈 파티가 열리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풍경도 쉽게 접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핵가족과 맞벌이 가구가 증가하면서 김장을 담그는 이들이 점차 줄고 있다.
농수산물유통공사(aT)가 이달 초 전국 각 지역의 20대에서 60대까지 기혼여성 125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올해 집에서 김장을 직접 담아 먹겠다고 밝힌 가구는 전체의 55%에 불과하다. 전체 가구 가운데 절반 정도만이 김장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는 지난해 조사때(59%) 보다 4%포인트나 줄어든 수치다.
김치 담그는 방법을 모르는 주부들이 늘고 있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젊은 주부들은 먹을 김치가 바닥나면 친정 또는 시댁에 손을 벌리는 게 일반적이다. 이러다 보니 김치를 마트에서 사다먹는 것 또한 일상화된 모습이다.
만만치 않은 김장비용 또한 김장을 담그려는 가구들의 걸림돌이다. 한 대형마트는 올해 4인 가족 기준 김장비용을 24만6000원으로 예상했다. 배추 20포기(60kg)와 무 10개로 김치를 담그는 비용이다. 배추가 포기당 1만원이 훌쩍 넘어 '금배추'로까지 불렸던 작년보다는 조금(8%) 떨어졌다. 그러나 올해는 고춧가루, 새우젓 등 양념값이 배 가까이 올라 배(배추)보다 배꼽(양념)이 더 큰 상황이 연출돼 상대적으로 김장 비용이 더욱 부담스러워졌다.
대형마트에서 포장김치가 10kg당 5만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으니, 4인 가족 기준인 60kg 정도를 사려면 30만원 정도가 든다. 김장을 담글 때의 수고를 감안하면 사 먹는게 낫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이를 반영해 김장을 담그는 대신 포장김치를 사다 먹겠다는 실속파 주부들이 대폭 늘었다. 대형마트의 포장 김치 판매량은 지난해에 비해 30% 가량 늘었다. G마켓, 인터파크 등 주요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최근 한 달간 포기김치 판매량이 지난해 보다 30~40%씩 늘어났다.
이같은 흐름은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권오엽 aT 유통정보팀장은 "핵가족화 되는 것도 한 요인이지만, 요즘 20~30대 주부들은 김치 담그는 방법조차 모른다"며 "해가 갈수록 김장을 담그는 가구가 줄어 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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