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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언제나 새로운 것을 창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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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트로의 상징 문양 페이즐리를 그리는 장인의 손

[아시아경제 채정선 기자]


30년, 언제나 새로운 것을 창조했다 ▲ 페이즐리를 그리고 있는 서지 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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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브랜드 에트로(ETRO)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단연 ‘페이즐리(Paisley)’입니다. 누구나 알 법하지만 그래도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라면 ‘자글자글한 꽃과 잎 문양’이라고 하면 설명이 되려나요. 일단 자세한 페이즐리 설명은 아래에 덧붙이기로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얼마 전, 에트로 브랜드 홍보 담당자가 열에 들떠 한참을 들려주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지난 4월에 다녀간 서지 모리(Mr. Serge Maury)에 관한 감흥이 아직 식지 않아 보였습니다. 기자 또한 그 이야기를 들으니 당시 소식을 접하지 못한 이들에게 한 번 더 그 소식을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에트로에 페이즐리 무늬가 시작된 것에 관해 짚고 넘어가도록 하죠. 에트로의 창업자 짐모 에트로(Gimmo Etro)는 여행을 좋아하는 이였습니다. 당시 여행을 통해 캐시미르 문양(캐시미르 지역의 전통 문양, 화려한 무늬와 색깔이 특징)을 알게 됐다고 하네요. 이후 캐시미르 숄을 사들이고 문양과 관련 문헌을 수집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캐시미르 문양을 복원한 것이 지금의 에트로 특유의 페이즐리가 된 것이고요.


페이즐리는 고대 장식 문양이기도 합니다. ‘생명의 나무’라고 하는 것의 씨앗을 모티브로 한 패턴이고요. 오래 전 인도 카슈미르 지방에서는 페이즐리 문양의 숄은 무굴제국 황제에게 선물로 보내질 만큼 귀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하나의 숄을 만들기 위해 세 명의 직공이 삼 년에 걸쳐 만들어지는 것이니 당연히 귀할 수밖에요.


30년, 언제나 새로운 것을 창조했다 ▲ 방한한 서지 모리가 그린 문양으로 선보였던 에트로의 한정판 스카프



이제 서지 모리의 이야기로 넘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프랑스 리옹 대학에서 조각과 그림을 공부했다는 그는 대학시절 우연히 리옹의 실크원단 거리에서 아뜰리에를 운영하는 베르젤리를 만납니다. 그리고 그는 엔지니어를 포기하고 디자이너가 될 결심을 하게 되죠.


서지 모리는 베르젤리 아뜰리에에서 견습 기간을 거치며 에트로와 인연을 맺기 시작합니다. 이후 1997년에 베르젤리 작업실이 문을 닫게 되면서 에트로와 좀 더 밀접한 인연을 맺게 되죠. 그리고 30년이 넘는 지금까지 에트로의 페이즐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서지 모리의 작업을 통해 우리는 에트로 페이즐리에 대한-어쩌면 너무도 새로운-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 그는 담비와 구아슈 털로 만들어진 붓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손으로 페이즐리를 그립니다.


여기서 놀라운 것이, 그는 단 한 번도 중복된 페이즐리를 그리지 않았다고 하네요. 수작업을 하는 이가 30년 넘게 그린 페이즐리 그림과 패턴이 매번 독창적이고 새로운 것이었다는 것은 쉽게 상상하기조차 힘든 일입니다.


30년, 언제나 새로운 것을 창조했다 ▲ 서지 모리가 페이즐리를 그리고 있다



에트로 스카프의 페이즐리 문양은 네 귀퉁이가 중복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하나의 그림을 그리면 이것을 네 번 찍어 하나의 스카프 문양을 만든다고요.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스카프는 한 장의 그림입니다. 언뜻 데칼코마니처럼 중복되는 것 같지만 네 귀퉁이의 그림은 같지 않습니다.


그는 지금도 매일같이 페이즐리를 그리고 있습니다. 힘들지 않을까요? 아이디어 고갈에 대한 고민은 없을까요? 그러나 “매번 새롭고, 재미있으며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당시 서울에서 지내던 그를 수행하던 브랜드 담당자는 그의 이러한 행복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더라고 소회했습니다. 그처럼 주변인에게 존경심을 갖게 하는 이들을 우리는 보통 ‘장인’이라고 부르죠.


30년, 언제나 새로운 것을 창조했다 ▲ 지난 4월 방한한 서지 모리


마지막으로 브랜드 담당자는 그 뒷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가 서울에 있는 동안 경복궁과 서점에 들러 한국의 단청 문양을 둘러 봤다고요. 그리고 마지막 수순으로 그에게 단청 문양이 담긴 책을 선물했다고 합니다. 서지 모리가 너무도 좋아했다고요.


한국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간 서지 모리는 한국의 브랜드 담당자에게 감사 카드를 보내왔습니다. 손수 그림을 그려 보낸 카드에는 단청을 활용한 새로운 페이즐리 문양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의 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카드, 여러분께 보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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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언제나 새로운 것을 창조했다



그의 카드를 보면 따뜻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장인이란 신이 내린 재능과 끈기, 인내심. 이것으로도 닿을 수 없는 경지가 아닌 것만 같은 생각이죠. 아무래도 인간에 대한 무한히 우러나는 애정 없이는 그처럼 행복한 장인이 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채정선 기자 est@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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