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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인, TV에 바이러스를 전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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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인, TV에 바이러스를 전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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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 출연하고 싶다면 소주에 설탕을 타먹어라. 라면을 얼려먹으면 더 좋다. 아기 목소리처럼 특이한 목소리를 가져도 좋다. 최근 일반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이런 ‘화성인’들이 TV를 장악 중이다. 시작은 tvN <화성인 바이러스>, <화성인 X-File>였다. 2009년부터 약 200여명의 외계인 같은 일반인을 방송에 출연시킨 두 프로그램은 방송 초반에는 2000억의 자산가, 로또 1등 당첨자,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등 다양한 인생을 사는 일반인들이 출연했다. 하지만 이후 애니메이션 여자 캐릭터와 열애 중이라고 주장하는 피규어 마니아, 10년간 양치질 하지 않았다는 여자, 가슴 사이즈가 G컵인 여성, 모든 물건을 한 번만 사용하는 여자 등 갈수록 극단적인 특징을 가진 출연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화성인 스타일’이라고 할법한 프로그램들이 공중파와 케이블을 가리지 않고 대거 출연하기 시작했다.

화성인, TV에 바이러스를 전파하다


일반인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고민을 털어놓는 KBS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이하 <안녕하세요>)가 대표적인 예다. <안녕하세요>에는 최근 몇 달 사이 성형에 중독된 남자, 가슴 사이즈가 E컵이라 불편하다는 대학생, 커피에 밥을 말아먹는 남자 등 <화성인 바이러스>처럼 극단적인 특징을 가진 출연자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KBS <여유만만>에도 가슴사이즈가 E컵인 대학생, 화장하는 남자, 매일 나이트 클럽을 찾는 주부 등이 출연하기 시작했다. Onstyle <연애 성형 프로젝트 S.O.S>에는 강한 성격으로 돌발행동을 일삼는 가진 타투이스트를 여성스럽게 바꿔주는 에피소드가 방영되기도 했다. <화성인 바이러스>의 성공 이후 점점 더 극단적인 사연이나 생활 습관을 가진 출연자들이 일반인 대상 프로그램에 번져 나가고 있는 것이다.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가 미담이나 신기한 사연을 주로 다룬 것과 비교되는 현상이다.

화성인, TV에 바이러스를 전파하다

‘화성인’들을 다루는 프로그램들이 많아지다 보니 소재는 물론 이미 다른 프로그램에 소개된 ‘화성인’이 또 출연하는 웃지 못할 일도 생긴다. <화성인 바이러스>에 출연했던 애니메이션 캐릭터 마니아는 <안녕하세요>에도 출연했다. 최근 이런 프로그램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조작 논란은 그만큼 방송의 입맛에 맞는 ‘화성인’을 찾기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지난 18일 <화성인 바이러스>에는 밥 먹는 것부터 세수까지 모든 것을 남자친구에게 의존하는 여성이 출연했다. 방송 후 출연자가 인터넷 개인 방송에서 활동했고, 쇼핑몰 운영중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조작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화성인 바이러스>의 황의철 PD는 <10 아시아>에 “출연자의 남자친구가 제보한 것이다. 이런 논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검증과정을 강화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 진정성이 없어지면 프로그램도 끝이다”라고 말했다. 출연자가 갖고 있는 특이점을 중점적으로 보여주는 방송의 특성상 화성인 출연자의 이력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 또한 지난 9월 <안녕하세요>에는 보수적인 아버지 때문에 반팔 옷도 입을 수 없다는 여성이 출연했다. 그러나 이 출연자가 <화성인 바이러스>에서 빵을 좋아하는 화성인으로 출연했고, 방송에서 반팔을 입고 출연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방송 조작 논란이 있었다. <안녕하세요>에 의뢰한 사연 자체가 모순된다는 것이다. <안녕하세요>의 제작진은 <화성인 바이러스>와는 다른 소재로 방송에 출연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화성인, TV에 바이러스를 전파하다


그러나 조작 여부의 진실과 별개로 ‘화성인류’의 프로그램에 계속 조작 논란이 일어나는 이유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일례로 <화성인 바이러스>에 지나치게 피부에 신경 쓰는 특징으로 출연했던 여성은 피부관리실의 원장으로 밝혀졌다. 초콜릿을 밥보다 많이 먹는 여성출연자는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자였다. 어떤 목적을 가졌던 간에 방송에 비춰졌던 개인의 특성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할 증거는 없다. 그러나 방송 프로그램에 별난 사람의 캐릭터로 출연해 주목을 얻으면서 사적인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시청자에게 진정성을 주기 어렵다. 요즘처럼 TV에 출연한 사람들과 관련된 개인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화성인 바이러스>에 출연할 만큼 극단적으로 특이한 사람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방송에 적합한 사람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방송이 계속될수록 더 강한 자극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치도 높아진다. 황의철 PD는 “부담이 없진 않다. 그러나 좀 더 센 방송 아이템을 찾기보다 특이한 사람들을 찾아서 보다 많이 사람들에게 알려주는데 주력하려 한다”고 말했다. ‘화성인류’의 프로그램이 계속되려면 과거 ‘화성인’보다 더 센 ‘화성인’을 불러와야 하는 딜레마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과연 한국에는 얼마나 더 많은 ‘화성인’이 남아있을까.


10 아시아 글. 박소정 기자 nine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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