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2월 출점 예정 점포 13개로 작년 절반 수준
골목상권·정부 압막에 발목..계획 포기도 생겨나
[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대형마트의 올해 신규 출점이 반토막났다. 당초 계획했던 대형마트들의 신규점포 개점이 지역 상인들과 정부의 압박에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신규 출점이 작년과 비교해 절반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10~12월에 신규 출점 예정 점포가 13개 예정돼 있지만 이 역시도 상당수가 갈등을 겪고 있어 개점이 가능할 지 의문이다.
롯데쇼핑의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대형마트 출점수는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2008년 30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2009년에는 17개로 줄었지만 지난해는 다시 회복되면서 모두 20개의 대형마트가 새롭게 오픈했다. 그러나 올해는 현재까지 신규 출점한 점포가 9개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는 지난해 출점을 계획했다가 연기된 점포 3개가 포함돼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요즘 같은 상황에 정상적인 사업계획을 갖고 대형마트 사업을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걸림돌이 너무 많아 출점한다는 소식조차 알리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도 "대형마트 업계에서 매장 숫자 등 규모를 두고 경쟁하고 이를 알리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며 적극적인 홍보를 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지만 실상 '잘나가는 대형마트'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정부와 지역 상인들의 눈초리에 맞서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점도 숨기지 않았다.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지 못하더라도 출점을 하기만 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아예 출점을 포기하는 사례도 생겨나는 등 신규 출점 계획조차 어려워지는 양상이다.
이마트는 지난달 의정부역사 부지에 입점예정이던 이마트 의정부점의 출점을 포기했다. 이마트 입점을 두고 지역 전통시장과 갈등을 겪으면서 의정부시가 대형마트 입점허가를 반려했다. 이마트는 경기도에 행정심판을 청구하면서 맞섰지만 끝내 뜻을 접었다.
홈플러스는 인천 숭의운동장에 입점을 예정하고 있지만 지역 상인과의 갈등으로 인해 답보상태에 있다. 롯데마트도 지난해 3개의 신규 출점이 미뤄진데 이어 올해도 계속해서 개점이 지연되고 있다.
롯데슈퍼와 GS수퍼마켓 등 SSM도 신규 출점에 어려움이 많다. 지난해 60여개 점포를 오픈했던 GS수퍼마켓은 올해 19개점을 새로 여는데 그쳤다. 또 이마트와 롯데슈퍼는 각각 킴스클럽마트와 CS유통 인수를 확정지었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받지 못해 발이 묶여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앞으로도 개선되기 힘들 것이라는 점이다. 대형마트 3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3사는 올 10~12월에 이마트 6개, 홈플러스 2개, 롯데마트 7개의 점포 개점을 예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은 지역 상인들과 갈등을 겪고 있고, 유통발전법 등 법률에 발목이 잡혀있어 정상적으로 모든 점포가 개점 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수백억원을 투자해서 건물을 다 지은 상황에서 개점을 가로막고 있어 답답하다"며 "최근의 정부 입장이나 여론 등을 감안하면 대형마트들은 어느 한 곳 하소연 할 곳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윤재 기자 gal-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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