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의 마지막 밤에는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를 조금 낯선 시점에서 바라본 영화를 만날 수 있을 듯하다. 13일 오후 1시 영화의 전당 중극장에서 폐막작 <내 어머니의 연대기>의 기자시사와 기자회견이 있었다. 영화를 연출한 하라다 마사토 감독과 모더레이터인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참석했다.
영화 <내 어머니의 연대기>는 일본의 저명한 소설가이자 시인인 고(故) 이노우에 야스시의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영화감독 뿐 아니라 영화평론가, 연기자로도 활동하는 하라다 마사토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아쿠쇼 코지, 키키 키린, 미야자키 아오이 등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의 적극적인 추천을 받아 이 영화를 보았고, “보편적인 질문과 감동을 동시에 던져주는 영화다. 개막작 <오직, 그대만>이 젊고 패기 있고 열정적인 작품이었기에 폐막작은 영화제를 조용히 마무리하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끌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고 싶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내일 폐막작을 보게 될 이들이 이 영화의 첫 관객”
“내일 폐막작을 보게 될 이들이 이 영화의 첫 관객이라 굉장히 설레고 기대된다”고 소감을 밝힌 하라다 마사토 감독은 "원작자 이노우에 야스시 뿐 아니라 오즈 야스지로, 잉마르 베리만 등 어머니의 영향으로 영화나 예술 분야에 진출한 사람이 많다. 특히 한국은 ‘어머니 문화’의 힘이 다른 어떤 나라에 뒤지지 않는 것 같다. 최근 젊은 층에서 독신자가 늘면서 대가족 제도가 없어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번 어머니를 중심으로 한 가족의 양상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한국 관객들에게 당부했다.
이노우에 야스시와 동향에 같은 고등학교 출신인 하라다 마사토 감독은 “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반발심 때문에 그의 작품을 전혀 읽지 않았다. 주위 사람들이 모두 선생님이라며 그의 소설을 치켜세우는 것을 보며, 이런 시골에서 그런 대단한 작가가 나올 리 없다고 생각했다. 이후, 도쿄로 나와 영화를 찍고 LA에서 공부를 하고,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에 출연하거나 하면서 해외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점점 이노우에 야스시나 고향에 마음이 끌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원래는 이노우에 야스시의 작품 중 <시로밤바>라는 소설에 먼저 끌렸지만 제작비가 너무 클 것으로 예상되어 다른 방법을 찾던 중 <내 어머니의 연대기>를 발견했다는 하라다 마사토 감독. 주인공 코사쿠(야쿠쇼 코지)가 갖고 있는 어머니에 대한 원망, 그와 어머니와 고방 할미(할아버지의 애첩. 영화 속에서 어머니는 다섯 살의 어린 코사쿠를 그녀에게 맡기고, 코사쿠는 어머니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한다)의 미묘한 삼각관계는 원작의 정수로, 감독 역시 영화에서 이 부분을 잘 살리는 것을 가장 염두에 두었다고 밝혔다.
앞서 언급한 오즈 야스지로의 경우처럼 자신을 낳을 당시 영화관에 있었을 정도로 영화광이었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았다는 하라다 마사토 감독은 <내 어머니의 연대기>에서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일본 영화 특유의 대칭 구조와 담담한 서술을 통해 조용히 역설한다. 폐막작 <내 어머니의 연대기>는 영화제 마지막 날인 14일 오후 8시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에서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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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부산=김희주 기자 fifteen@
10 아시아 사진. 부산=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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