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보고서 발간···올해 3.9%·내년 3.8%
수출입 성장률 동반 하락···불황형 흑자 심화
제조업 생산·판매도 활력 잃어, 실업률 4.0% 재진입
내년 평균 원·달러 환율 1055원 제시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주요 경제연구소들이 내년도 한국 경제 성장률을 4.0% 아래로 전망하는 가운데 포스코경영연구소(POSRI)는 올해와 내년 모두 4.0%에 못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올 하반기부터 제조업 생산 감소 등의 불황이 시작됐으며 내년 상반기까지 회복세로 돌아서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POSRI는 11일 발간한 ‘2012 경제·산업 전망 및 이슈’ 보고서를 통해 “국내 경제, 세계 경기 부진에 따른 수출 둔화와 금융불안·가계부채 부담으로 인한 내수 위축으로 우리 경제의 국내총생산(GDP)은 2011년 3.9%, 2012년 3.8% 성장에 그칠 전망”이라고 밝혔다.
POSRI의 보고서는 올해 경제 성장률 또한 4.0%벽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 특징이다. 앞서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이 최근 내년 경제성장률을 3.6%로 제시했으나 올해는 각각 4.3%, 4.1%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현대경제연구원도 올해 4.3% 내년 4.0%로 내다봤다.
POSRI 보고서는 가장 늦게 발표된 점을 감안해 최근의 경제가 이미 하락세에 돌입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국내 경제는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수출 둔화로 올 4·4분기부터 2012년 상반기까지 경기 둔화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하반기 소폭 반등하는 상저하고(上低下高) 패턴을 보이겠으나,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경기순환상의 반등에 그칠 전망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계부채, 건설사 및 저축은행 부실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어 금융부실로 확대될 경우 경기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수출과 수입 감소가 두드러지면서 불황형 흑자 기조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보고서는 내년도 수출 성장률은 9.7%로 올해 20.7%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고, 수입 성장률도 25.6%에서 12.3% 성장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까지 이어진 수출입 호황에 따른 착시현상이 반영될 수 있으나 금융위기 이후 국내 경제회복을 이끌었던 제조업이 수출 둔화 및 국내 소비 위축 영향으로 성장세가 크게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했다. 수출이 활력을 잃으면서 실업률도 올해 3.7%에서 내년에는 다시 4.0%로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설비투자는 금융불안 등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으로 올해(4.1%)에 이어 내년에도 한 자리 수(4.5%) 증가에 그치며, 건설투자는 2.1% 성장해 반등에는 성공하겠지만 공공지출 감소로 그동안의 부진을 메우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가계부채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저성장에 따른 소득 둔화 및 고용 여건 개선 지연으로 3.3% 증가에 그쳐 GDP 증가율을 하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는 경기 둔화 등으로 소폭 상승(3년 만기 국고채 기준 4.0%)에 그치고, 원·달러 환율은 경상흑자, 달러화 공급 증가 등으로 하락 기조는 유지하겠으나 간헐적인 금융불안으로 환율 변동성은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내년도 평균 원·달러 환율 전망치로 1055원을 제시했다.
국제유가는 글로벌 경기 둔화 및 공급 불안 완화 등으로 올해 대비 7%(두바이유 기준) 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올해 평균유가는 배럴당 92달러, 내년은 87달러를 제시했다. 보고서는 “글로벌 경기가 하강 국면을 보이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유가 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나 하반기 들어 글로벌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되는 가운데, 선진국의 초저금리 정책 지속, 달러화 약세의 영향으로 유가가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편, 보고서는 자동차 생산은 올해 5.2%성장한 449만대에서 내년에는 0.2% 감소한 448만대, 신조선 건조는 올해 0.9% 감소한 3180만GT(총톤수)에서 내년에는 8.2% 뚝 떨어져 2920만GT에 머물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 3.9% 감소가 예상되는 가전 생산은 1.6% 성장으로 반등하겠지만 큰 폭은 아니며, 지난해부터 호조세를 보였던 일반기계 생산도 올해까지는 10.8% 성장하겠지만 내년에는 6.7%로 떨어질 전망이다.
철강생산도 올해 8.0% 성장한 7120만t에서 내년에는 4.0%(7410만t) 늘어나는 데 그쳐 생산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내년 국내 경제는 수출 둔화, 소비회복 부진, 건설경기 침체, 가계부채 문제 등이 예상되고 있어 정부는 경기 부양책을 수립해 내수 진작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그러나 과도한 경기 부양책은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재정 건전성의 틀 안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기 부양에 대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건설 경기 활성화를 추진해야 하지만 불구하고 가계부채 및 저축은행 부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라 부동산 시장 규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금융기관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가 동반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저성장세 지속에 따른 소득 감소 예상으로 원리금 상환을 경감?지연시킴으로써 소비 둔화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기업들은 수출 감소와 내수 위축으로 인한 수익률 하락 예상으로 원가 절감과 생산성 제고를 위해 노력을 배가할 필요가 있다”며 “경기 부진 장기화에 대비해 보수적으로 현금 흐름을 관리하면서 불황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신수요 창출 및 신성장 동력 발굴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세계 경기 불안 속에 빈번한 원화 약세 전환 등 환리스크가 확대됨에 따라 환위험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며 “동시에 내년 더블딥 가능성에도 대비해 비상경영체제와 같은 컨틴전시 플랜을 재정비하고 내년도 사업계획을 시나리오 별로 점검해 예산수립 및 자금 조달, 원료 구매, 마케팅, 투자계획 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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