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대기업 사회적 책임 강조..전경련, 재계에 힘 실어줘야
'친기업 대 반기업' 갈등을 푸는데 전국경제인연합회 출범 50주년 행사는 역부족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정재계 인사 500여명이 참석해 성대하게 치러졌지만 접점을 찾는데는 실패했다. 정치권은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반면 재계는 대기업의 경제 발전에 방점을 찍었다.
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5시 열린 전경련 창립 50주년 기념 리셉션은 당초 예상보다 15분 늦은 6시30분 막을 내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5시30분께 도착해 50여분간 머물다 떠났다. 이 대통령은 차량에 탑승하기 전 배웅 나온 허창수 전경련 회장과 악수하며 '축하한다'는 말을 건넸다. 허 회장은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전경련 관계자는 "VIP까지 참석해 출범 50주년을 축하해주는 등 행사가 잘 치러졌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재계에서는 이건희·정몽구 회장 등 일부 총수를 제외한 대다수 총수가 참석해 전경련에 힘을 실어줬다.
전경련의 이같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정 재계간 갈등의 불씨는 행사 내내 피어올랐다. 이 대통령의 축사 내용도 예상 밖으로 톤이 높았다.
이 대통령은 "과거 개발시대에 전경련이 한국경제에 많은 기여를 한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앞으로 시장의 진화를 인정하고 혁신적인 기업가 정신을 함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빈부 격차 해소와 공생 발전, 동반성장 등이 기업문화로 정착돼야 한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거듭 강조했다.
앞서 열린 ‘미리 가본 대한민국(부제: 2030년 세계10대 경제강국 프로젝트)’ 국민 보고 대회에서도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단순한 숫자 경영을 넘어 윤리 경영으로 존경받는 기업 풍토를 만들겠다"며 대기업의 역할을 주문했다.
반면 재계는 대기업이 주도하는 경제 발전에 무게를 뒀다. 전경련은 2030년 GDP 5조달러와 1인당 국민소득 10만달러, 세계 10대 경제강국 도약이라는 2030 비전을 발표하면서 재계에 힘을 실어줄 것을 촉구했다.
전경련 회원사의 한 고위 임원은 "글로벌 경제가 위기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반기업 정서가 확대되는 것은 국가 경제에 전혀 이롭지 않다"며 "재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맹활약할 수 있도록 정부도, 시민단체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참석자도 "잔칫날 야박한 축사"라며 "반기업이 아닌 친기업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경련 조직 쇄신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표출됐다. 손길승 전경련 명예회장(SK텔레콤 명예회장)은 "전경련이 2030 비전을 발표해 국가 경제 발전을 견인하는 중추적 역할을 자임한 상황에서 일단 믿고 지원하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결국 이날 행사는 정치권과 재계간 시선이 얼마나 엇나갔는지 재확인함으로써 갈등 해소에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한 참석자는 "재계를 압박하는 발언을 들어야 했던 재계 관계자들은 속내가 불편했을 것"이라며 "전경련 50돌을 마냥 축하할 수만은 없는 자리"였다고 씁쓸해했다.
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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