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에 선사들 자금난
선박 인도 연기요청 잇따라
중소 조선사는 일감도 줄어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잘 나가던 선박 수출이 갑자기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3년여 만에 위기 상황으로 진입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6일 지식경제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해양플랜트를 포함한 선박류 수출액(잠정치)은 31억38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6억6100만달러에 비해 32.7% 급감했다.
이 금액은 올 들어 월간 수출액중 최저액이다. 추석 연휴가 끼었다고는 하지만 여름 설 연휴가 있던 2월 41억8500만달러와 휴가 기간이 포함됐던 8월 50억2900만달러에 비해서도 한창 떨어지는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조선업계는 기존 인도 계획에 따라 선박 건조는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으나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선박 금융 악화로 인도를 연기하겠다는 요청이 들어와 시차상 차이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9월은 연말 대목을 앞두고 산업 생산이 활발해 지는 시기다. 그만큼 바다를 오가는 물동량이 많아진다는 것으로, 선사들은 발주 선박을 호황기에 맞춰 건조해 달라고 요청한다. 조선업계는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선박 수출이 급락했다는 것은 그만큼 해운업황이 불황기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선사에 선박을 발주했던 선사들이 자금 문제로 선박 인도를 포기하거나 계약을 취소하는 사태가 발생해 울산과 거제도 등 남해안 지역 조선소가 입주한 지역 바닷가에는 선박 수십여 척이 장사진을 이뤘으며 했으며, 일부 선박은 다른 선사에 되팔렸다.
이런 경험 때문에 조선업계는 아직은 수 건에 불과하지만 선사들이 선박 인도 시기를 늦추려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에 대해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특히, 선사들이 최근 인도를 연기하려는 선박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말부터 수주한 선박이기 때문에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때 수주한 선박은 2008년에 비해 절반 가까이 급락한 가격에 수주한 것들이다. 다시말 해 2008년 이전까지는 1척을 수주해 벌 돈을 현재는 2척 이상 계약해 건조해야 거둬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금융위기 이후 선사들의 요구에 따라 조선사들은 전체 건조가격의 50% 이상을 최종 인도 때 지급받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인도를 늦출수록 돈이 물린 조선사의 자금난은 그만큼 커지게 된다.
여기에 한진중공업을 비롯해 일감을 구하지 못한 중소 조선사들이 대거 수출 대열에서 이탈하고 있어, 전체 생산 규모도 축소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등 글로벌 조선 빅4와 성동조선해양과 SPP조선해양 등 중견 조선사들이 수출을 지탱하고는 있으나 중소ㆍ중견 조선소들이 대거 워크아웃을 신청하거나 조업중단 사태에 놓이면서 생산도 그만큼 줄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10월 이후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수출액 하락 추세는 지속 될 것이며, 내년에는 올해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무역보험공사의 선박금융 지원이 사실상 중단돼 중소 조선사들이 수주가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하는 등 조선업계의 위기는 9월 이후 수치상으로 나타나고 있어 하루라도 빨리 중소업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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