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서는 나경원 후보에 대한 지원문제 때문이다. 특히 이번 서울시장 보선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라는 승부수가 무산되면서 치러지게 됐는데 박 전 대표는 당초 주민투표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선거지원에 나설 경우 '잘해도 본전, 못하면 쪽박'이다.
서울시장 판세는 현재 한나라당에 불리하다. 보선이 오 전 시장의 사퇴로 치러지는데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국내 경제사정 악화, 이명박 대통령 측근 비리 등 악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급한 한나라당과 나경원 후보는 박 전 대표의 파괴력을 기대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과거 한나라당 대표 재직 시절(2004∼2006년) 각종 선거에서 불패의 신화를 기록하며 연전연승을 이끈 '선거의 여왕'이다. 특히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괴한에게 테러를 당한 이후 '대전은요?'라는 한마디로 불가능해보였던 대전시장 선거를 승리로 이끈 것은 유명한 일화다. 한나라당과 나 후보 측은 박 전 대표의 지원이 현실화될 경우 5∼10% 가량 뒤지는 박원순 야권단일후보를 충분히 누를 수 있다는 판단하고 있다.
다만 박 전 대표는 현 정부 출범 이후 당 지도부의 선거지원 러브콜을 고사해왔다. 실제 2006년 당 대표에서 물러난 이후 지난 대선 본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지원한 것을 제외하고는 사례를 찾기 힘들다. 2008년 10월 재보선, 2009년 4·10월 재보선, 2010년 6.2지방선거, 2011년 4.27 재보선 등 각종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며 불개입 원칙을 고수했다.
하지만 이번은 상황이 다르다. 서울시장 보선이 가지는 정치적 중요성 때문이다. 결과에 따라 내년 총선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민심은 물론 차기 대선 판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앞서 박 전 대표는 지난 8월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되면서 보수진영 내에서 책임론에 시달렸다. 이번마저 선거지원을 외면할 경우 보수진영 일부 세력들의 지지철회 가능성까지 제기될 정도다.
박 전 대표는 오랜 고민 끝에 당의 선거지원 요청을 받아들였다. 박 전 대표는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앞서 기자들과 만나 "서울시장 선거에 힘을 보태려고 한다"며 "어떻게 힘을 보탤지 정해진 바 없고, 당 관계자와 상의해서 결정할 예정"이라r고 밝혔다. 박 전 대표가 선거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점은 기정사실이었지만 박 전 대표가 본인 입으로 선거지원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현실적 난관은 적지 않다. 박 전 대표가 선거지원의 전제로 언급한 복지당론 확정을 둘러싼 잡음이 있다. 정몽준 전 대표는 박근혜식 복지당론 채택과 관련,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박 전 대표의 도움을 받기 위한 것으로 이해는 되지만 당으로 보면 너무 무리다. 현재 상황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나경원 후보와 무상급식 문제에 대한 입장이 다른 것도 박 전 대표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아울러 선거지원에 나설 경우 어느 정도의 강도로 지원할지도 변수다. 소극적으로 나섰다가 패배할 경우 책임론에 시달릴 수 있다. 당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박 전 대표가 지원에 나서도 나 후보와의 공동유세를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반대로 적극적 지원에 나서면 대선 전초전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박 전 대표의 스타일상 지원에 나서면 최선을 다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박원순 후보 측에서 현재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서울시장 선거는 '나경원 vs 박원순' 구도가 아니라 '박근혜 vs 안철수' 대결구도로 변한다. 올 하반기 정책구상을 가다듬은 뒤 내년초 본격 대선행보를 고려했던 박 전 대표로서는 어느 쪽이든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김성곤 기자 s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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