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신용융자, ELW, FX마진 거래 감독 강화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개인투자자들이 빚을 내서 투자하다가 막대한 손실을 볼 우려가 커지자 권혁세 금융감독원 원장이 직접 나서 개인들에 대한 신용융자를 제한할 것을 금융투자CEO에게 요청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7일 “현재처럼 변동성이 심한 장세에 신용융자나 주식워런트 증권(ELW), 외환차익(FX마진) 거래 등은 변동성 위험에 노출돼있어, 이 위험이 고객에게 전가될 수 있으니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권 원장은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가진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 대표(CEO)들과의 간담회에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개인 주식투자자들의 레버리지(차입거래) 투자가 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용융자는 투자자가 주식이나 현금을 담보로 증권사 돈을 빌리는 것으로 주로 단타매매를 하는 개인들이 활용한다. 만약 정해진 기간내에 돈을 갚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반대매매하게 된다. 이 때문에 증시가 폭락할 때 개인 투자자들이 ‘깡통’을 차게 만드는 주목으로 지목돼 왔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자기자본 대비 신용융자를 늘려 투자자들의 투기 거래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신용융자는 2006년만 하더라도 4977억원 정도에 불과했지만 이듬해인 2007년 4조4645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온 2008년에는 1조5060억원으로 줄었지만 이후 2009년(4조3829억원), 2010년(5조9740억원)으로 가면서 갈수록 늘었다. 올 들어 지난 5월 2일 사상 최대인 6조9000억원에 도달했다. 다만 6월 이후로는 감소 추세를 보여 이달 들어 4조9000억원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권 원장은 “미래에셋증권, 대우증권 등 몇몇 증권사가 신용융자를 앞장서서 줄이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미래에셋 증권은 지난달 기존 고객은 신용융자 한도를 축소하고, 신규 고객은 신용융자를 할 수 없도록 했다. 대우증권도 최근 신용융자로 투자할 수 있는 종목 범위도 1100개에서 800여 개로 줄었다. 또 신용융자 고객들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델포트폴리오, 투자클리닉, 프라이빗뱅커(PB) 상담 등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KTB투자증권은 신용융자를 제한하지는 않았지만 44개 종목의 위탁증거금률을 20%에서 30%로 높였다. 삼성증권과 대우증권도 신용융자 축소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권 원장은 또한 “금리나 수수료와 관련해서도 고객에 불리한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고 자율적으로 개선책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유럽 재정위기로 국내외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는데, 한국 증시는 펀더멘털(기초여건)이나 잠재력에 비해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합리적 의사결정을 해서 증시 안전판 역할을 해달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도 최근 요동치는 주식시장이 안정을 되찾은 이후 장기적으로 신용융자를 줄이는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신용융자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제한하거나 대출 한도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앞으로 신용융자, ELW, FX마진 거래 등의 상품에 대해 집중적인 감독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변동성이 계속커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강도도 훨씬 세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간담회에는 대우증권 임기영 사장, 우리투자증권 황성호 사장, 삼성증권 박준현 사장, 한국투자증권 유상호 사장, 미래에셋증권 최현만 부회장, 대신증권 노정남 사장, 현대증권 최경수 사장, 한국투자신탁운용 정찬형 대표, 삼성선물 반용음 대표, 브레인투자자문 박건영 대표 등 25개사 대표가 참석했다.
이규성 기자 bobo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