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6월 말 까지만 해도 홍콩 주식시장 상장을 준비했던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왜 갑자기 싱가포르 상장으로 방향을 돌렸을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 맨유가 싱가포르 주식시장에서 10월 중순께 10억달러 규모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배경이 의결권차등화 소유권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맨유는 싱가포르에 상장할 때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와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를 분류해 따로 발행하는 이중지분구조(Dual-share structure)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홍콩은 2년 연속 세계 1위 IPO 시장 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글로벌 기업들에게 환영 받는 주식시장이지만 1991년부터 주주들간의 평등권을 해친다는 이유로 이중지분구조 채택을 금지하고 있다. 기업 총수가 거대 기업을 소량의 주식으로 좌지우지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미국처럼 기업들이 상장해 주식을 발행할 때 의결권이 서로 다른 주식을 발행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중국 인터넷 기업 바이두와 구글, 뉴스코프 등이 미국에서 대표적으로 의결권이 서로 다른 주식을 따로 발행하는 기업들이다.
맨유를 소유한 미국 글레이저 일가가 싱가포르에서 일반주주들에게 의결권이 없는 주식을 발행할 경우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을 하면서도 맨유의 지배력을 침해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홍콩의 행동주의 주주이자 전 홍콩증권거래소 이사인 데이비드 웹은 "기업이 이중지분구조를 이용하면 일반 주주들의 힘은 작아지지만 기업 소유자의 지배력은 더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글레이저 가문의 한 측근은 "글레이저 가문은 맨유 운영에 있어 장기적 목표와 전략을 가지고 소수 주주들의 목소리에 휘둘리지 않고 안정적이고 빠른,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맨유에 장기 투자를 하는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맨유의 싱가포르 상장 결정의 배경에 대해 다른 시각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홍콩에 상장할 경우 맨유가 중국 투자자들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이미지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투자자층이 다양한 싱가포르 주식시장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홍콩 주식시장이 수익성이 나쁜 기업의 상장을 꺼리고 있다는 점을 적자 경영을 하고 있는 맨유가 걸림돌로 인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맨유는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부채상환에 사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맨유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 규모는 5억파운드가 넘는다. 맨유의 모기업인 레드 풋볼 조인트 벤처는 지난해 세전 1억900만파운드의 적자를 기록했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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