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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육상톡톡]여자 마라톤에 던져진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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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첫날 여자 마라톤 결과는 다시 한번 육상 관계자들에게 좌절을 안겼다. 에드나 키플라갓과 프리스카 제프투, 샤론 체로프 등 케냐 선수들이 금, 은, 동메달을 차지한 것은 그렇다 치고 한국은 아시아 나라인 일본과 중국에 완패했다.


일본은 아카바 유키코가 5위, 나카자토 레미가 10위, 오자키 요시미와 노지리 아즈사가 각각 18위와 19위, 이토 마이가 22위로 골인했다. 중국은 저우순시우가 8위, 천룽이 11위, 지아샤오펑이 16위, 왕수에친이 26위를 기록했다.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먼저 들어온 김성은은 28위였다.

출발 기준 섭씨 24도, 습도 84%로 썩 좋지 않은 기후 조건인데다 순위 싸움이 초반부터 펼쳐져 우승 기록이 2시간28분43초일 정도여서 일본과 중국 선수들의 기록도 그리 좋지는 않았다. 중국은 2009년 베를린 대회 금메달리스트인 바이 수에가 경기 직전 엔트리에서 빠져 좀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2007년 제11회 오사카 대회는 대구와 기후 조건과 대회 날짜가 비슷했다. 여자 마라톤은 대회 마지막 날인 9월 2일 열렸다. 개최국인 일본이 여자 마라톤을 대회 최종일에 배정한 건 그럴 만한 까닭이 있었다.

일본은 1991년 도쿄 대회에서 야마시타 사치코가 2위, 1993년 슈트트가르트 대회에서 아사리 준코가 1위, 아베 도모에가 3위를 차지했다. 1997년 아테네 대회에서는 히로미 스즈키가 1위, 1999년 세비야 대회에서는 이치하시 아리가 북한 의 정성옥에 이어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2001년 애드먼튼 대회에는 도사 레이코가 2위 , 2003년 파리 대회에서는 노구치 미즈키 2위, 지바 마사코가 3위로 골인했다. 일본 여자 마라톤 실력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는 얘기다.


1928년 암스테르담 대회 800m에서 히토미 기누에가 은메달을 차지한 뒤 오랜 기간 올림픽 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하던 일본은 육상은 마라톤에서만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에서 아리모리 유코가 은메달,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서 아리모리 유코가 동메달,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서 다카하시 나오코가 금메달,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 노구치 미즈키가 금메달을 목에 걸며 화려하게 살아났다.


여기서 잠시 오사카 대회 여자 마라톤 레이스로 화면을 돌려 보자. 이날 레이스는 악명 높은 오사카의 늦여름 무더위를 피해 오전 7시에 출발했다. 마라톤 레이스에서 정신력으로 달리기 시작한다는 35km 지점을 지날 때 일본의 도사 레이코는 케냐의 은데레바 캐서린과 시티에네이 리타, 중국의 저우춘슈와 주샤오린, 루마니아의 사이몬 리디아 등과 선두 그룹을 이뤄 있는 힘을 다해 달리고 있었다. 35km까지 기록이 2시간6분12초대였으니 우승 예상 기록은 이미 2시간30분대를 넘어서고 있었다.


대구 대회 레이스보다 페이스가 떨어졌다. 세계 최고 기록(2시간l5분25초, 폴라 래드클리프, 영국)과는 거리로 따져 5km가 넘는 차이였다. 무더운 날씨와 힘든 레이스에 도사의 입은 벌어져 있었다. 지칠대로 지쳐 있다는 걸 화면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곧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도사는 이를 악물고 마지막 7km를 역주해 2시간30분55초로 주샤오린을 26초 차로 따돌리고 3위로 골인했다. 도사의 역주에 힘입어 일본은 단체전(월드컵)에서도 케냐와 중국에 이어 3위를 했다. 대회 마지막 날까지 노 메달로 전전긍긍하던 일본은 도사의 동메달로 가까스로 메달 순위표 공동 36위에 이름을 올렸다.


도사의 이를 악문 역주는 올림픽을 포함한 각종 국제 대회가 참가하는 데에만 뜻을 두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사실을 보여 주고 있다. 일본은 1928년 암스테르담 대회부터 1936년 베를린 대회까지 올림픽 남자 세단뛰기에서 3연속 우승하는 등 저력을 지닌 육상 강국이다. 그러나 오사카 대회에서는 남자 해머던지기의 무로후시 고지가 6위, 남자 200m의 스에쓰구 신고가 32강이 겨루는 준준결승 3조 6위로 탈락하는 등 고전을 거듭하다 도사의 분전으로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다. 일본은 동메달 1개에 그쳤지만 5위 2차례, 6위 3차례, 7위 1차례 등 종합 점수 25점으로 19위에 올랐다.


스포츠를 포함해 어쩔 수 없이 여러 면에서 비교되는 일본이다. 아직은 대회 초반이지만 홈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첫 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한국 육상의 꿈은 멀어진 듯하다. 대회 이틀째 실낱 같은 희망을 걸었던 남자 경보 20km에서 김현섭이 6위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일본은 되는데 왜 한국은 안 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육상 지도자들, 특히 장거리 지도자들이 해야 한다. 일본 2차례 외에 중국(바이 수에, 2009년 베를린 대회)과 북한이 각각 한 차례씩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마라톤에서 우승했으니까.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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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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