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호창 기자]미국발(發)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올들어 국내 증시를 이끌어 온 '차·화·정'의 한 축인 자동차 관련주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막연한 걱정' 때문에 완성차 업체는 시장평균보다 두 배, 부품업체들은 세 배의 낙폭을 보이며 패닉장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지난 19일 '검은 금요일' 이후 22일까지 코스피 지수는 149.88포인트(8.1%) 급락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 주가는 15.7%, 기아차는 12.7% 떨어져 시장평균보다 곱절의 낙폭을 기록했다. 부품업체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자동차 부품주 빅4로 불리는 현대모비스·현대위아·만도·한라공조 중 한라공조(-12.3%)를 제외한 세개 업체가 20%대의 하락율을 보였다. 완성차 업체가 재채기를 하자 부품업체들은 감기에 걸린 모양새다.
자동차 관련주들이 급락세를 보이는 이유는 경기침체가 현실화되면 내구성소비재인 자동차의 교체주기가 길어져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투자자들의 우려와 불안감 때문이다. 그리고 완성차 업체에 비해 부품업체들의 주가 하락폭이 큰 이유는 거래의 '갑을관계'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정관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의 우려대로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위축된다면 완성차 업체들이 먼저 수익보전에 나서게 될 것이고, 이는 부품의 단가인하 등으로 나타나 부품업체들의 수익성이 먼저 나빠진다"며 "투자자들의 이런 우려가 부품업체의 낙폭을 더 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애널리스트는 "이는 부품업체들도 수긍하는 부분으로 만약 자동차산업 시황 악화가 현실화될 경우 부품업체들은 별 저항없이 단가인하에 따르며 완성차 업체의 사정을 먼저 살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의 구조적 특성상 완성차가 살아야 신차가 계속 개발되고, 중장기적으로 부품업체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앞으로의 대응에 대해 그는 "자동차 관련주의 최근 급락은 산업 내부가 아니라 거시경제 쪽 문제가 발단이 됐기에 그쪽에서 해답이 나오길 기다려야 한다"며 "당분간은 폭스바겐, BMW, GM, 포드 등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의 주가 추이를 관찰하며 관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업체들의 반등이 확인된 후 국내 업체들의 주가도 올라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이어 "자동차 시장에 대한 우려가 아직은 구체적 근거가 미약하고 실제보다 과도한 수준"이라며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성장성과 강점에 대한 자신감을 놓을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정호창 기자 ho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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