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50번째 생일을 마땅히 축하해야 하지만 회원사들의 분위기는 참담하다. 지난 50년간 겪었던 그 어떤 위기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16일 출범 50주년을 맞은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대한 A 회원사 임원의 평가는 혹독했다. 전경련 내부 일부 고위 임원들의 독선, 조직내 팽배한 무사안일주의 등 총체적 난국에 시달리면서 '재계 맏형'의 역할을 상실한 탓이다.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을 축하해야 할 상황에 오히려 무용론에 휩싸였다.
돌이켜보면 전경련은 창업주들의 고난과 역경속에 성장해왔다.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초대 회장을 맡아 정부의 울산공업단지와 수출산업공단 설립을 이끌어내는 등 우리나라 경제의 초석을 다지는 데 기여했다.
이병철 창업주가 전경련의 주춧돌을 세웠다면 고(故)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은 집을 지은 역할을 했다. 정 회장은 1977년부터 1987년까지 11년 동안 전경련 회장직을 맡아 전경련 회관을 건립하는 것은 물론 한반도 정세가 요동칠 때 한미관계 개선에 큰 역할을 했고 88서울올림픽 유치도 이끌어냈다. 이후에도 구자경 LG 명예회장, 고 최종현 SK 회장 등 재계 거목들은 기업 보국의 시급했던 현안을 해결하는데 앞장서며 50년 역사의 디딤돌을 놨다.
전경련의 오늘은 이들의 리더십과 희생에서 꽃을 피운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우울하기 짝이 없다. 재계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일부 임원의 전횡, 정치권 로비 등 끊임 없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회원사 대기업들의 구태의연한 태도에 전경련 사무국의 무능과 관료주의가 가세하면서 재계의 이미지는 더 나빠지고 있다. 전경련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것을 보면 과거의 업적을 모두 깎아내리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전경련이 변해야 산다"는 회원사들의 조언에 이젠 전경련도 화답해야 한다. 인적 쇄신 등 대대적인 변화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재계 역사에 짐이 될 뿐이다.
이창환 기자 gold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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