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정 기자] 자비에 로렛(53) 런던증권거래소(LSE)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토론토증권거래소(TMX)와 합병하려던 계획이 TMX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독일증권거래소 운영업체인 도이체뵈르제와 뉴욕증권거래소를 운영하는 모기업 'NYSE 유로넥스트'가 합병해 로렛 CEO의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지고 있다.유럽연합(EU)이 NYSE 유로넥스트-도이체뵈르제 합병을 확정하면 상장 기업의 시가총액이 15조 달러에 이르는 초대형 거래소가 탄생하기 때문이다.
로렛CEO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라이벌 거래소 합병이 LSE와 런던금융시장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두 거래소가 합병하면 경영, 기술, 어음교환이 프랑크푸르트에서 이뤄지고, 단기간내에 수백개의 일자리도 옮겨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렛 CEO는 "경영과 규제, 건전성 통제를 해외에서 하고, 신규투자에 대한 의사결정도 런던에서 하지 못하는 가운데 거래 인프라의 핵심부문도 이전한다면 고객사들도 그곳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것이 우리가 가장 걱정하는 대목"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같은 중장기 위협요인을 영국에서는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유럽의 금융개혁 과정에서 금융중심국 영국과 금융중심지 런던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금융서비스 산업 규모나 건정성 규제,보험과 금융안정성 등의 관점에서 영국이 발언권을 가질 수 있는 규제체계가 만들어졌다"고 평가하면서도 "그러나 발언권은 유럽의 3분의 2 수준의 금융산업을 가진 영국에 걸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일례로 영국 금융감독청(FSA)은 유럽증권시장당국(ESMA) 이사회에 대표 한명을 보내지만 그는 전체의 8%에 불과한 투표권 밖에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명백한 불일치(miss match)가 있으며 이는 곧 리스크"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로존(유로 사용 17개국) 재정위기와 관련,"투자자들이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부채 규모를 전부 공개해야 한다는 사실을 정치권이 서서히 받아들이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정치 리더십이 없고, 유럽이 다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도 없다"고 뼈있는 말을 던졌다.
로렛CEO는 "유럽 기업들은 1조5000억 유로의 현금을 쓰지 않고 갖고 있다"면서 "일자리 시장에서 더 빠른 성장을 다시 일궈내기 위해서 범유럽수준의 투자세액공제 시스템을 만들어 혁신하는 중소기업에 투자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59년 프랑스 동남부 엑스래뱅주에서 태어난 그는 1984년 콜롬비아 비즈니스 스쿨과 2008년 국립항공우주국의 '국방고등연구원(IHEDN)'에서 각각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1994년까지 골드만삭스 뉴욕과 런던에서 근무하다 크레디트스위스에서 2년간 글로벌 대표를 역임했고, 2000~2008년까지 리먼브라더스에서 글로벌무역 담당을 맡아오다 2009년 5월 LSE의 CEO로 취임한 전문 경영인이지만 뛰어난 포도주제조자이기도 하다.부인과 함께 프랑스 프로방스에 포도주 와인 훈련원을 운영하고 있다.이현정 기자 hjlee303@
이현정 기자 hjlee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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