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7월 국내증시는 구름이 짙게 깔린 하늘처럼 답답한 박스권 장세를 이어갔다. 유럽 재정위기를 가까스로 넘기는가 싶더니 주요 기업들의 실적악화 소식이 잇따랐고, 이제는 미국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고조되는 중이다.
그렇다면 8월에는 먹구름 걷힌 장세를 맛볼 수 있을까. 대부분의 증시 전문가들은 일단 코스피가 완만하게 우상향하는, '대체로 맑은' 시황을 예상하고 있다. 유럽 재정 문제가 단기 봉합된 상황에서 미국 국채발행 한도까지 결국 상향 조정돼 최근 부각됐던 글로벌 재정위기 우려는 일단락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기에 국내 경기선행지수 회복 모멘텀이 가세하고 시장 수급도 개선되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란 시나리오가 우세하다.
다만 기업 이익 전망치가 하향조정 되는 움직임은 계속 지켜봐야 할 변수로 지적됐다. 주요 증권사들의 8월 예상밴드는 2000~2300 사이에서 제시됐다.
최근 이어진 글로벌 불확실성에도 7월중 미국·독일 등 주요 선진국 증시는 연중 최고점 돌파를 꾸준히 시도해 왔다.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신고가를 기록하는 증시도 잇따라 나왔다. 김성봉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이를 두고 "체감하는 악재의 영향력이 걱정했던 것보다는 크지 않다는 뜻"이라며 "주식시장과 상관성이 높은 한국과 미국의 경기선행지수가 바닥권에서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모멘텀"이라고 말했다.
저금리 환경 역시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요국의 기준 금리는 물가 상승률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며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인 절대 저금리 환경은 주식의 투자 매력을 높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증시 전반의 낮은 밸류에이션 수준도 주가하락을 방어해 주는 버팀목이되고 있다. 한국 증시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 안팎 선에 깔려있고 미국 증시의 PER은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높아진 기업이익의 절대 레벨을 생각하면 현재의 주가는 큰 폭의 이익 성장 없이도 충분히 지탱 가능할 만큼 낮다는 것.
수급을 이끄는 주체는 외국인에서 점차 국내자금으로 바뀌고 있는데, 여기에 거는 기대도 크다. 국내주식형펀드는 지난 5~6월 연속해서 순유입을 기록했고 일반 고객예탁금은 17조원 규모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남유럽 불확실성이 높았던 시기에도 국내자금이 유입됐다는 것은 향후 본격적으로 자금이 유입될 잠재력이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하반기 실적에 대해서는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3분기에는 개선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이익전망이 조금씩 낮춰지는 과정에서 밸류에이션 저항이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지수(MSCI) 기준 한국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는 지난 6월부터 2개월 연속 하향 조정됐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상반기에 확인한 실망스러운 실적을 뒤로 하고 과연 하반기 이익전망에 대해 낙관적인 시각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국내기업 이익의 구조적 변화를 고려한다면 저가 매수전략은 유효하지만, 단기적으로 발생할 변동위험을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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